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 시장을 놓고 오리지널 제약사인 MSD와 후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MSD는 제형 전환 전략으로 이를 따돌리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막바지 임상을 진행 중이어서 시장 연착륙 여부가 주목된다.
MSD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제품 '키트루다 큐렉스' ⓒ MSD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SB27)의 제3상 임상시험 1차 유효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27의 글로벌 임상 1상과 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각각의 1차 평가변수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쪽은 “SB27과 오리지널 의약품의 동등성을 입증한 것은 당사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4년부터 글로벌 임상 1상과 3상을 진행해 왔다. 다른 단계의 임상을 동시 진행하는 이른바 ‘오버랩’ 전략이다. 이를 통해 SB27과 오리지널 의약품인 키트루다 간 약동학,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 등을 비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을 2026년 내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MSD, 피하주사 제형 전환으로 특허 연장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들 중 3상 시험의 분석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이다. 다만 셀트리온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키트루다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MSD가 2014년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 치료 옵션으로 쓰이는 약물이다. 2025년 매출액 317억 달러(약 48조 원)로 단일 의약품 기준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그런데 키트루다는 특허 절벽을 앞두고 있다. 키트루다 물질특허는 한국 2028년, 미국 2029년, 유럽에서는 2031년에 각각 만료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이 시장 잠식을 노리고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한국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20여 개 기업들이 참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MSD 역시 시장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기세다. MSD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의 특허 만료에 대응하기 위해 피하주사(SC) 제형 전환을 추진, 키트루다SC(제품명 : 키트루다 큐렉스)를 내놓았다. 이 제형 전환에서 한국 기업인 알테오젠의 SC 전환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이 적용됐다. 키트루다SC는 2025년 미국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됐고, 같은 해 유럽에서도 품목허가를 받고 국가별로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2026년 5월 품목허가를 받았다.
키트루다SC의 물질특허는 미국 기준으로 2039년에 만료된다. 다른 국가들 역시 2040년 전후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MSD는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기 전 환자들을 IV보다 편의성이 높은 SC 제형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제품 전환(Product Hop)’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게 되면 IV 제형으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들이 들어갈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게 된다.
또한 MSD는 제형 외에도 키트루다 방어를 위한 다양한 파생특허 120여 개를 등록해 특허장벽을 쳐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 이를 방어할 목적으로 다양한 특허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 바이오시밀러 간 치열한 시장 경쟁 전망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MSD의 특허 대응과 시장 진입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시장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SC 제형이 편리하긴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키트루다 대비 대폭 낮은 가격으로 대형 병원과 공공 의료보험 시장의 문을 두드려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저가 정책의 경우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대형 바이오기업들이 동시에 시장에 진입해 약가 인하 경쟁이 과열될 경우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업만이 이익을 남기는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다.
독자적인 SC 제형을 개발해 키트루다SC에 직접 대항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알테오젠의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ALT-B4) 효소특허와 기존 항암제와 ALT-B4를 배합하는 MSD의 조성물특허를 회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알테오젠 외 다른 기업의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도입하거나 별도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관건이다. 키트루다는 40개가 넘는 암종에 다양하게 쓰는 약물이다. 이 때문에 새로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 역시 오리지널이 가진 적응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시장 경쟁력에 관건이 된다. 즉 ‘외삽(extrapolation)’을 통해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하는 바이오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외삽’은 특정 질환에 대해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연관 적응증까지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하는 허가 제도를 말한다.
요컨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MSD의 SC 제형 전환에 따른 시장 축소 △MSD의 다양한 특허 공격 △바이오시밀러들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 △치열한 적응증 확보 경쟁 등 ‘4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에서 독자적인 자체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