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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해 실탄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실으며 '친환경에너지·기계·반도체'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룹 사업 재편의 핵심이자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관련 사업에서 'SK실트론 인수'가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며 박 회장의 사업재편 역량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 SK실트론 인수 변수 만났다, 박정원 '3대 축' 핵심인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 안갯속으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6월28일 두산에 따르면 9월30일 물류 자동화 계열사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매각을 마무리하고 685억 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산은 6월23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로봇 기업 클로봇에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두산그룹은 현재 원전 사업을 대표로 하는 친환경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기계(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두산테스나·두산 전자BG) 등 3대 부문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매각으로 지금까지 시너지가 크지 않았던 물류 자동화라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은 비주력 사업 매각과 동시에 핵심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였다. 두산은 6월23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자회사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운영자금 확보를 이유로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억 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주로 투자하는 분야는 3대 부문과 연관성이 큰 반도체,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친환경에너지 등이다.

두산이 3대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가운데 박 회장은 AI 시대 글로벌 패권을 쥔 것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핵심사업 성장에 채찍질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6월 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로보틱스, AI 팩토리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에너지, 로보틱스, 첨단소재 분야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AI 팩토리 시대를 맞아 우리 사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데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두산이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 데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은 엔비디아의 AI인프라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소재로 이 분야에서 두 회사가 밀접한 관계를 맺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전방위적 사업 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핵심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관련 사업의 방점을 찍을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주사 SK는 2025년부터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두산은 2025년 12월 SK로부터 SK실트론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산은 전자BG의 CCL 사업뿐 아니라 두산테스나(옛 테스나) 인수를 거쳐 반도체 후공정인 테스트 사업을 펴고 있다. 여기에 SK실트론이 보유한 웨이퍼 사업이 더해질 경우 반도체 소재와 부품,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다만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박 회장에게 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당초 두산은 5월 안에 SK실트론 인수를 위해 SK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적 부진에 빠져있던 SK실트론의 한 사업부(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사업) 청산까지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두산의 SK실트론 인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후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 국면이 길어지면서 웨이퍼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SK실트론의 몸값이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가 급하게 SK실트론을 매각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두산과 협상 과정에서 언급되는 SK실트론 기업가치는 5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서도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 목표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향후 재산분할 관련 결과에 따라 SK실트론 매각을 지속해야 할 이유도 적지 않지만 반도체 업황을 보면 SK실트론 거래에서 더 여유를 확보한 쪽은 SK 측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 측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매각 의지가 기존보다 다소 옅어지면서 SK실트론 인수 등 대형 M&A를 포함해 두산의 반도체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박 회장의 사업재편 능력에 시선이 몰린다.

박 회장은 과거 두산그룹이 채권단 체제에 놓였을 때 2년여 만에 그룹을 정상화로 이끌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악화 탓에 2020년 3월 산업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HD현대인프라코어, 현 HD건설기계)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1년 11개월 만인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박 회장의 당시 구조조정에 관해 산업은행은 유동성위기 극복뿐 아니라 미래형 사업구조로 새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두산은 6월15일 해명 재공시를 통해 "SK실트론 인수에 관한 검토 및 당사자 사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본 계약 체결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향후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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