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카페에는 노키즈존이 늘고, 공공장소에서는 아이 울음소리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된다. 아이를 배제하는 사회가 문제일까, 아니면 아이를 그렇게 키운 어른들이 문제일까. 프랑스에서는 그 이유를 '긍정 양육'에서 찾기 시작했다.
노키즈존. AI 합성 이미지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식 긍정 양육은 프랑스 아이들을 버릇없게 만들었나?(Did American-Style ‘Gentle Parenting’ Spoil French Children?)'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프랑스 사회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양육 논쟁을 조명했다.
논쟁의 중심에는 프랑스 심리학자 캐롤라인 골드만이 있다. 그는 최근 프랑스 곳곳에서 확산되는 '노키즈존' 현상을 달라진 양육 방식이 낳은 사회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올해 프랑스 국영철도(SNCF)가 비즈니스 클래스에 '아동 없는 구역'을 도입하며 "최고의 편안함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국내 KTX도 영유아를 동반한 승객을 위한 '유아동반석'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거리 이동 중 아기가 울거나 아이가 소란을 피우면 부모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적지 않다.
노키즈존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이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다른 승객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결국 논쟁은 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부모의 양육 문제로 이어진다.
프랑스 교육 논쟁 : 긍정 양육 VS 거리두기 양육
심리학자 골드만은 지나치게 관대한 양육이 결국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들고, 그 결과 아이를 배제하는 공간과 서비스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참기 힘든 아이들을 만들어 놓고, 이제 그런 아이들을 배제하는 경제가 생겨나는 것을 놀라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생후 3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식사 예절과 생활 규칙을 어른처럼 익히게 하는, 이른바 '거리두기 양육' 문화로 널리 알려져 왔다. 아이의 감정보다 공동체의 규칙을 먼저 배우는 사회였고, 이러한 방식은 프랑스식 사회화의 강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사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골드만은 그 변화의 배경으로 미국에서 유입된 '긍정 양육(Gentle Parenting)'을 지목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대화와 공동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방식이지만, 그는 이러한 접근이 부모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경계를 흐리면서 아이들이 사회적 규범을 배우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쟁은 학계로도 번졌다. 2022년 골드만을 비롯한 전문가 355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긍정 양육의 부작용을 경고했고, 이에 맞서 다른 전문가 280명은 그의 주장을 "억압적이고 해로운 관점"이라고 반박했다.
타임아웃, "진실의 방으로 가자"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바로 ‘타임아웃(Time-out)’이다. 이는 아이가 규칙을 어기거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보일 때 잠시 자리를 떼어 진정을 유도하는 훈육 방식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흔히 ‘진실의 방’이나 ‘진실의 의자’라는 표현이 쓰인다.
찬성 측은 이를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행동의 경계를 배우는 효과적인 훈육 방법이라고 본다. 반면 반대 측은 아이를 분리된 공간에 두는 행위 자체가 정서적 단절을 만들고, 심리적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날 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골드만은 부모가 아이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방식만으로는 결국 양육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우기 어렵고, 부모 역시 끝없는 협상 속에서 지쳐 결국 더 큰 갈등이나 극단적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연구 결과는 조금 달랐다. 예일대학교의 앨런 카진 교수는 타임아웃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는 행동 교정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처벌 수단으로 장시간 사용할 경우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즉, 타임아웃 자체보다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마음읽기 교육'
국내에서도 한때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말로 풀어주는 이른바 '마음읽기 교육'과 감정 코칭이 큰 관심을 받았다.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 발달을 중시하는 새로운 양육 방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편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규칙과 한계를 가르치는 일이 부족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가 아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좌절을 경험할 기회가 줄고,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거나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아동발달 전문가인 조선미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가 고통을 견디고 회복하는 능력에 직접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저서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에서 자녀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핵심은 불편함을 없애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견디고 통과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고 짚는다.
특히 그는 "세상에는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하거나 감정과 선택을 과잉 개입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또한 조 교수는 "아이의 머리와 손발이 되어주지 말라", "실수로 인한 고통을 겪게 하라"는 조언을 통해,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야말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힘을 키우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라"
흔히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아이를 손님처럼 존중하는 것과, 손님처럼 떠받드는 것은 분명 다르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를 부모의 품 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언젠가는 부모의 손을 놓고서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스스로 선택한 삶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과 규칙을 가르치는 일은 결코 상반되는 가치가 아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긍정 양육' 논쟁은 결국 한국 사회에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좋은 부모란 아이의 마음을 대신 읽어주는 사람일까, 아니면 언젠가 부모의 손을 놓고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