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한화그룹 계열분리를 앞두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이끌 라이프 부문의 밑그림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식음료(F&B), 부동산 개발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축되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다.
사옥 확보와 핵심 상권 거점 선점, 명품관 재건축까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라이프 사업의 기반을 부동산 자산 위에 구축하려는 전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6일 학교법인 한양학원으로부터 서울시 중구 소재의 순화빌딩 및 부동산을 2135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3년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부지 및 건물(895억 원), 청담동 부지(225억 원), 마포구 서교동 H스퀘어(875억 원)를 잇달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중구 순화빌딩과 토지를 2135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3년간 부동산 투자 규모만 413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2027년부터 약 9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 프로젝트까지 더하면 중장기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의 성격도 단순한 자산 투자와는 다르다. 신사동 부지는 F&B 계열사인 에프지코리아와 베러스쿱크리머리의 사무공간과 브랜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교동 H스퀘어는 체험형 콘텐츠와 신규 사업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순화빌딩은 사옥 확보가 주된 목적이지만 여러 활용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번 매입 목적에 대해 공시에서 "경영 안정성 제고와 중장기 자산가치 증대"라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부동산을 독립 사업이 아닌 라이프 사업을 구성하는 여러 사업 축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본업은 백화점이며 F&B 신사업도 함께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 경쟁력 강화와 F&B 사업 확대, 부동산 개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8월 출범하는 신설 지주사 체제와도 맞물린다. 김 부사장은 지난 4월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16.8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명품관 재건축과 도심 부동산 투자, 베러스쿱크리머리 육성 등 주요 프로젝트가 여전히 한화갤러리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김동선 라이프 전략의 핵심 실행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격적 부동산 투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새 체제의 첫 시험대는 재무 리밸런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는 투자 재원을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자 부담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6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0% 감소한 반면,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1639억 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부채는 1조859억 원에서 1조1925억 원으로 9.8% 증가했고, 금융비용도 294억 원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는 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자금 조달 방식에는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투자 재원 확보와 사업 재편을 목적으로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순화빌딩 매입 역시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차입을 병행해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44.3%, 31%로, 2023년 이후 차입 규모가 증가하면서 재무구조가 다소 약화됐다"며 "향후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단기적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이브가이즈 매각 대금 유입과 명품관 부지 활용, 계열사 지원 여부 등에 따라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