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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미국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한국 정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격랑의 정치에 엮여, 그 정치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국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중이다.

사생결단인 듯 결사항전하다가도, 그 싸움에 한계를 두는 '제한전'의 정치 풍경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허프 생각] 열흘 전 미국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한국을 창피하게 한다 : 대통령들의 일상적 회동 언제쯤 가능할까
미셸 오바마 여사가 18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센터 개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가 뒤편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센터 개관식에는 조 바이든,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대통령 재임 중에 서로 거세게 맞섰지만, 퇴임 뒤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공간에서 웃으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정권 교체로 맺어진 관계라 서로 어색한 사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정당의 차이도 분명했다.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과 가족들은 퇴임 이후 여러 공식 행사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교류를 이어왔다. 이는 한국 정치와 뚜렷히 대비된다. 한국 대통령은 퇴임(또는 탄핵) 뒤 감옥에 가거나, 진영 대결 속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어느 대통령은 핍박 속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미국 민주주의도 최근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정치는 반목과 혐오의 언어로 넘쳐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미국 정치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가 이어져왔다.

이를 두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펴냄)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정치의 상호 존중 문화의 자랑스런 유산이라 평가했다. 양당제 국가임에도 상호 존중의 정치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극단적 대립을 피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이후 대체로 우울한 결말을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이전을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뒤 망명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피살됐으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결국 내란 혐의로 감옥에 갔다. 민주화 이후 노무현은 퇴임 뒤 수사를 받던 중 서거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감옥에 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패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포승줄에 묶였다. 

[허프 생각] 열흘 전 미국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한국을 창피하게 한다 : 대통령들의 일상적 회동 언제쯤 가능할까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체포방해 혐의 보석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연히 최악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12·3 내란사건으로 탄핵 당하고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요컨대 퇴임 뒤 '무사'한 대통령으로는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이 꼽힐 뿐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도 역사적 평가와 별도로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한국 정치에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은 이제 '복수심'이 작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대통령을 감옥 보냈으니 이번엔 네가 들어갈 차례다'라면서 퇴임 뒤 수사가 시작되는 식이다.   

[허프 생각] 열흘 전 미국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한국을 창피하게 한다 : 대통령들의 일상적 회동 언제쯤 가능할까
천수이볜 대만 전 총통이 2008년 11월11일 대만 타이베이 검찰청에서 끌려가면서 수갑을 찬 두손을 치켜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양당제 국가인 대만도 퇴임한 최고지도자들이 감옥에 갔다.

대만 천수이볜 전 총통은 민진당 출신 첫 총통으로 2000년 대만의 첫 정권교체를 이뤘다. 하지만 퇴임 뒤 부패 혐의로 2008년 수감됐다. 천 전 총통은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던 중 2015년 건강 문제로 의료 가석방됐다.

다만 무죄 판결로 '행복한 결말'을 맞은 이들도 있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퇴임 뒤 2011년 부패·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4년 대만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마잉주 전 총통 역시 퇴임 뒤 2017년 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이른바 '대만판 워터게이트' 재판을 받았고 한때 징역 4개월형이 선고되기도 했지만, 2019년 대만 고등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들의 불행한 결말은 어쩌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이 지금처럼 전임 대통령들이 웃으며 만나는 장면은 200년 가까운 민주주의 발전의 결과일 터이다.

이제 한국도 극단적 대립을 넘어서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상생의 정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히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어느 쪽이든 극단적 세력을 공론장에서 제압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뒤에는 또다시 새롭게 검찰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허프 생각] 열흘 전 미국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한국을 창피하게 한다 : 대통령들의 일상적 회동 언제쯤 가능할까
극우단체 회원들이 2024년 11월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미국의 '대통령센터 문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대통령도서관을 대통령과 행정부의 문서·유물을 모아 대중이 연구와 토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록·박물관 공간으로 설명한다.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두고 존경과 비판이 동시에 가능하려면, 먼저 그들을 공적 기억의 영역에 남겨두는 문화가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센터은 박물관뿐 아니라 공공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정원, 농구장 등을 갖춘 지역사회 문화 허브로 설계됐다. 전직 대통령의 재임 기록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시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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