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을 앞둔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전북 정읍시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역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전북대도약"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김 총리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검찰개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손을 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실 밑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려 1년 동안 이끌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제와선 국회 몫이라고 퉁친 게 됐기 때문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의 보완수사권 폐지 브리핑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김 총리는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며 "구체적 입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과 관련된 검찰개혁추진단의 '정부 입법안'을 따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총리가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서둘러 '원칙론'만 발표한 배경에는 전당대회 경쟁자들의 거센 압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용민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올해 10월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보완수사권 문제의 빠른 마무리를 위해 법안 제출을 요구해 왔다. 또 정부안을 내놨을 때 법안 내용을 놓고 검찰개혁추진단과 김 총리를 향해 제기될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시청주의에서 "김민석 총리 입장에서 정부안이 민주당 반발로 꺾이게 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라며 "당대표에 출마하려다보니 당의 입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지, 총리로서 저런 입장이 아니었다. 당의 다수 지지자들한테 '나도 검찰개혁 찬성이다, 보완수사권 없애야 돼'라고 당대표용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 총리와 맞붙게 될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김 총리의 브리핑이 나온 뒤 보완수사권 논쟁과 관련된 책임을 당으로 전가시킨다는 불쾌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제헌절(7월17일) 이전에 보완수사권 논쟁을 끝내자며 김 총리 쪽을 압박했다. 실제 공소청 출범은 앞으로 100일도 남지 않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소청 출범을 6개월 정도 늦추려 한다는 의심도 일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국회로 왔으면 제일 좋았을 것이다. 국회로 '떠넘겼으니' 이제 '그럼 지금 당장 하자'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며 "혹시 시간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 나의 답은 '지금 당장, 제헌절 전에 끝내자'이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총리실 직속으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던 ‘검찰개혁추진단’이 낸 결과물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입법 작업을 총괄하려는 목적으로 2025년 10월 구성됐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 47명이 파견됐으며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16명으로 자문위원회도 꾸렸다.
그러나 공소청(검찰)·중수청 정부조직법 개정 정부안 발표 시점인 올해 1월 자문위원 6명이 사퇴했다. 당시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진단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여망과는 전혀 다르게 해체해야 할 검찰권력을 오히려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자문위 논의 상황이나 의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당혹감을 넘어 뒤통수를 맞은 모욕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공개 토론회, 당내 법사위원들과 논의, 의원총회 및 당론 채택 과정을 거쳐 중수청 구조 이원화 등 독소조항을 삭제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자문위원장인 박찬운 교수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정권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검찰개혁추진단의 방향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검찰개혁추진단에 들어간 검사들이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냐는 것이다.
결국 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9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0개월 동안 세금만 낭비한 꼴이 됐다.
종합해보면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찰개혁 입법을 총괄하는 실무 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건송치 제도, 자문위원회 의견 반영 여부 등의 논란만 남긴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 총리가 그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치하거나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김용민 의원은 지난 15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검찰개혁에 있어서도 가장 책임 있는 자리에서 어떤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에서 저 같은 사람이 정말 배수의 진을 치고 간신히 수정안을 만들어냈지 않느냐"라며 "사실은 법을 만든 건 총리의 주도로 만들었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측면에서 김 총리는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논의의 흐름이 이러한데도 김 총리는 최근 지속적으로 자신이 5월 안에 검찰개혁을 마무리하자는 의견을 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이토록 지연된 책임을 정 전 대표와 당 지도부에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총리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와 전날 브리핑에서 "사실 지방선거 전인 5월에 오히려 먼저 이 문제를 빨리 끝내자, 정리하자고 당에 제안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총리가 이어진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둘러싼 지지층의 분열이 심각해질 때까지 국무총리라는 직책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면서도 전당대회에서의 정치적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검찰개혁 지연의 책임만 피하려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총리를 두둔하는 글을 적은 박선원 민주당 의원의 글에 검찰개혁추진단에 당이 참여하자는 요청이 거절당한 경위를 설명하는 글을 공유하며 정 전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지은 전 민주당 대변인도 25일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서 "검찰개혁TF가 언론을 통해 전건송치 부활 등 간보기식 방안만 나왔었다"며 "공소청, 중수청 정부안이 검찰 입장을 대부분 반영한 안이었고 당과 국민이 매우 반발할 때 김 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을 적극적으로) 안하고 있다가 전당대회용으로 이러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