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주와 서남권에 모두 800조 원의 반도체 투자를 약속했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배터리, 바이오 등 폭넓은 투자를 통해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은 6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여러 지역 가운데 전력·용수·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AI에 따라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며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업단지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생산거점을 준비해야 할 시점도 빨라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광주 반도체 팹(Fab) 투자 규모는 400조 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도 국민보고회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SK하이닉스의) 용인과 청주 팹 건설을 앞당겼다 하더라도 지속해서 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이후에도 계속될 메모리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 용수, 인력이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는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서남권에 400조 원을 투입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이 결정이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두 회장이 발표한 신규 반도체 공장의 구체적 부지는 6월30일 광주에서 열릴 산업통상부 주관 ‘서남권 투자계획 국민보고회’ 행사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두 회장의 발표에 앞선 정책발표를 통해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할 것이고 모두 800조 원 규모의 기업투자를 통해 메모리 팹 2기를 구축하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이외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전용 팹 및 삼성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조선, 반도체 소재, 바이오 사업을 향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소통했다.
이 회장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없어서는 안 될 HBM은 반도체칩을 적층하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메인 팹 수준의 공정을 요구한다”며 “HBM 팹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삼성SDI가 하고 있는 차세대 전고체배터리, 신재생에너지에 필수인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경남 울산을 중심으로, 차세대 조선사업은 (기존 삼성중공업의) 경남 거제에 계속 투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지의 최첨단 패키지 기판은 부산 공장을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은 인천 송도에 집중해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기존 평택, 용인을 포함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 등에 2030조 원,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로봇·배터리 등에 625조 원을 포함해 앞으로 최첨단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2655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태원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설비 추가 증설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모두 2100조 원을 활용하겠다는 수치를 직접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1천 조, 반도체 공급 확장에 1100조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용’ 이었다면 앞으로 AI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지능을 생산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며 “SK그룹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모두 15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각 지역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단계로는 0.5GW부터 1GW 단위로 나눠 여러 지역에 5GW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단계에서 모두 10GW 규모를 완성하겠다”며 “수요도 따라와야하고 전기, 부지, 용수, 메모리 공급망까지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400조 원의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 이외에도 기존 설비의 증설 계획을 내놨다. D램 증산에 600조 원, 낸드플래시 증산에 100조 원까지 합하면 모두 1100조 원 규모다.
이 회장은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힘을 모우면 대통령께서 말씀한 ‘대체 불가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담대한 비전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AI 미래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 회장의 발표를 청취한 뒤 “감히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며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 주신 점에 관해 국민을 대표헤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