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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중에도 나치가 있었을까?" 독일인들이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가족의 과거를 온라인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독일 사회가 역사의 기록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나치 전력 검색' 개통 후 석 달 : 독일식 참회와 역사 마주하기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있다
독일 시민이 지난 4월 초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가 공개한 나치당 가입 기록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있다. AI 합성 이미지.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4월2일(현지시각) 나치당 가입 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이번 자료 공개를 두고 “막연한 수치심 때문에 이어져 온 침묵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색 서비스는 독일과 미국의 기록보관기관과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

'나치 전력 검색' 개통 후 석 달 : 독일식 참회와 역사 마주하기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있다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지난 4월 초 나치당 가입 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디 차이트

디 차이트는 "우선 나치 시대 당원 카드 약 450만 장을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며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로 820만 건의 문서까지 검색 가능하게 했고, 현재는 개인의 이름과 출생지를 기준으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색 결과가 곧바로 해당 인물의 나치 이념에 대한 적극적 지지나 정치적 신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 차이트는 "기록에 이름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뜻은 아니며, 반대로 검색 결과가 없다고 해서 나치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기록이 완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나치 범죄를 국가적 책임으로 기억하고 반성하는 사회인 만큼, 관련 기록과 상징에도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

히틀러가 이끌었던 나치당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9년 만들어졌다. 독일노동자당(DAP)으로 출범해, 1920년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NSDAP)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이후 '나치당'으로 불리게 됐다.

나치당이 처음부터 독일 사회를 장악했던 것은 아니다. 대공황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나치당은 이를 파고들며 세력을 빠르게 키웠다.

1930년 선거를 계기로 지지층이 급격히 확대됐고,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뒤 나치당은 권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른 정당들이 해산하거나 강제로 해체하면서 독일은 나치당만 존재하는 일당 독재 체제로 바뀌었고, 나치 정권은 정치뿐 아니라 언론과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은 물론 국민의 삶까지 통제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따르면 1930년대 후반 독일 사회에서는 히틀러 정권에 대한 지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디 차이트에 따르면 1925년부터 20년 동안 총 1020만 명의 독일인이 나치당에 가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당세가 정점에 달했을 때 나치당은 약 900만 명의 당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나치는 방대한 규모의 당원 카드 기록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은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이후 미군에 넘겨졌다. 기록은 베를린 문서센터에 보관됐다가 이후 독일 연방문서보관소로 이관됐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도 사본이 남아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매년 평균 약 7만5000명의 사람들이 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독일 연방문서보관소를 찾는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해당 기록을 온라인으로 공개했을 당시에는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웹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관심이 커진 이유는 단순히 역사적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많은 독일인이 자신의 가족사를 다르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나치 정권을 지지했던 조상이 있다고 답하는 독일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자신의 가족이 히틀러에 반대했다고 믿고 있다.

독일 정치학자 위르겐 팔터는 28일(현지시각) CNN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이름이 옛 나치당 기록에서 발견된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팔터는 오랜 기간 나치 당원 기록을 연구하며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의 부상 과정을 연구해 온 인물이다.

팔터는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시 약혼자였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열렬한 반나치주의자였고 게슈타포에 투옥된 경력까지 있던 그가 분명 약혼을 파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게조차 숨겨졌던 나치당 가입 기록이 공개되면서 독일인들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역사를 다시 마주하고 있다. 동시에 나치 역사를 끊임없이 성찰해 온 독일 사회가 다시 고개를 드는 극우 세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왜곡이 이어지는 시대에 원본 기록물은 당시 현실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동시에 과거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에 맞서는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의 이번 사례는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시기를 거치며 복잡한 기억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갈등은 때로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에서 시작되지만,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록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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