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물밑에서 이어지던 내부 갈등이 공개적 노선 논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론'을 계기로 노선 논쟁을 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쪽은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를 바탕으로 차분히 외연을 확장하자는 주장을, 다른 쪽은 사회개혁 과제를 어느 정도 미루더라도 중도보수 진영까지 외연을 넓히자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작가가 2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의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 정책을 재건축에 빗대서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29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맞아 당권투쟁과 함께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노선 대결에 들어갔다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 갈등은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비하하는 단어)'이라는 멸칭으로 촉발된 감정적 대립이 심화해 왔다.
이에 관련해 유시민 작가는 최근 '재건축론'과 '증축론' 비유를 통해 "민주당이 어떤 집권 정당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물었다.
유 작가가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보수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가 오히려 기존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유 작가는 이를 이 대통령이 기존 지지층의 공감 없이 '재건축'을 하려 한 것에 비유했다. 민주당 코어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의 유산을 껴안은 채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이른바 '증축'을 원하고 있다고 유 작가는 진단했다.
유 작가의 비유는 곧장 여권 내부 논쟁으로 번졌다. 먼저 청와대는 재건축과 증축이 아닌 '재개발'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선보였다. 증축으로는 부족하고,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도 아니라는 것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증축론'과 '재건축론'을 두고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 상황에 따른 선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갑자기 증축, 재건축 전문용어가 나왔는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도시개발을 할 때 한 개별주택의 문제일 경우에는 증축이나 재개발, 재건축을 하게 되는 것이고, 지역 전체가 문제일 때는 도시재생이라든지 재개발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증축과 재건축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기존 지지층 기반을 완전히 허물지 않으면서도 전반적 변화를 꾀하는 이재명 정부만의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겠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유력 당권 주자인 김민석 총리는 재건축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석 총리도 27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민주당 여성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도나 마음이 적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유 작가의 발언을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워크숍 발언에서도 "과거 김대중은 뿌리가 같은데 잠시 갈라졌던 세력은 통합했고, 조금 다르면 연대했고, 좁으면 과감하게 중도 보수까지 확장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노선 논쟁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큰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29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유 작가의 '증축론'을 비판하며 "지지자들이 증축을 원했다고 어떻게 단정하느냐"며 "윤어게인 식의 '문어게인' 식 정치 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작가의 발언이) 지지자들에게 반응이 별로 안 좋다"며 "정청래 전 대표도 (유 작가를) 그래서 피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친문세력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를 주장하는 '윤어게인' 세력과 동일한 선상에 두는 듯한 표현으로, 친문세력 또는 문재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한번 모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문조털래유와 같은 모욕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