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총괄사장이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며 퇴사했다. 4월 대표이사를 사임한 후에도 지키고 있던 사내이사 자리까지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다. 2020년 1월 대표이사에 오른 지 6년 반만이다.
2025년 시작된 콜마그룹 오너 일가 내 분쟁은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다. 윤 전 사장의 오빠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1인체제가 정립됐다.
왼쪽부터 윤동한 회장, 윤여원 전 사장, 윤상현 부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윤여원 총괄사장이 임원직에서 퇴임하면서 지분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윤 전 사장이 퇴사하면서 임원으로서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윤 전 사장은 최대주주의 친족이므로 특수관계인으로서의 공시 의무는 계속 진다.
윤 전 사장이 주식을 매각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윤 전 사장은 현재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261만5260주(8.89%)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퇴임으로 윤 전 사장은 콜마그룹 모든 계열사의 직위에서 물러나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콜마그룹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1인체제가 확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콜마그룹은 2025년 4월 윤 부회장과 윤여원 당시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의 다툼이 시작된 뒤 내홍을 겪어 왔다. 당시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저하를 문제 삼으며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런데 남매의 다툼에 아버지인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이 관여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판이 커졌다. 윤 회장은 딸인 윤 전 사장의 편을 들면서, 윤 부회장을 상대로 과거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지분을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10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윤 부회장이 승리하면서 승기가 윤 부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당시 윤 부회장과 이승화 대표가 이사회에 진입했고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상현·이승화·윤여원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화장품 자회사였던 콜마스크를 화장품 ODM(주문자개발생산) 회사인 한국콜마 아래로 옮기는 등 그룹 계열사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윤 부회장 쪽은 흩어져 있던 화장품 사업을 통합하려는 의도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윤여원 지우기’ 작업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윤 전 사장은 결국 백기를 들고 4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윤 부회장도 3월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를 사임하면서 콜마비앤에이치는 이승화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됐다.
5월에는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전격 취하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완전히 종결됐다.
마침 5월1일 콜마그룹이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콜마그룹을 재계순위 96위에 두면서 동일인(총수)을 윤 부회장으로 지정했다. 윤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콜마그룹 1인자에 올라선 순간이다.
◆ 윤상현, 콜마그룹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창출 과제
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분쟁이 종결되고 윤여원 전 사장까지 물러나면서 콜마그룹은 윤상현 1인 독주체제가 정립됐다.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 최상단의 지배회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전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48.47%)의 3분의 2에 가까운 수치다. 콜마홀딩스는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국콜마(화장품 ODM), 콜마비앤에이치(건기식), HK이노엔(제약)의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갖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연우(패키징)는 한국콜마의 100% 자회사다.
하지만 윤 부회장에게 남겨진 과업도 뚜렷하다. 윤 부회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 건기식과 패키징 분야의 실적을 반등시켜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윤 부회장은 건기식 분야 성장동력을 확보해 최근 수년간 실적 하향세가 뚜렷한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액과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관련 윤 부회장과 이승화 대표는 바이오 사업을 확대해 콜마비앤에이치를 고부가가치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2026년 1분기 실적은 크게 나아졌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연결기준 매출액 1369억 원, 영업이익 103억 원, 당기순이익 224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1%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89%, 1451% 성장했다. 회사 쪽은 “세종3공장 등 기존 증설 생산설비의 가동률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고 원가 구조가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2022년 윤 부회장이 주도해 인수한 화장품 용기 업체 연우의 실적 향상도 절실하다. 연우는 인수 첫해인 202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나 하락했고 2023년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2024년 반짝 반등했으나 2025년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하며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우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화장품 업계가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대형 고객사 중심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결국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와 연우의 실적을 끌어올려, 콜마그룹이 ‘화장품ODM-건기식-제약-패키징’의 4개 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한편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윤 부회장은 부친 윤동한 회장의 콜마홀딩스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윤 회장은 지금도 5.59%(191만8726주)에 해당하는 만만치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동생인 윤여원 전 사장과의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윤 전 사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7.60%를 들고 있지만 윤 부회장(31.75%)과 차이가 크다. 다만 윤 전 사장이 다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