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반제품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 상무부는 올해 6월30일까지 구리 정련동(공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구리 완제품)으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통신=연합뉴스
글로벌 전문가들은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정련동에 관세를 확대한다면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약화되기는커녕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26일 글로벌 경제안보 싱크탱크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무시한 구리 관세가 결국 미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큰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련동 관세 검토, 시장이 긴장한다
구리는 전기차·AI 데이터센터·송전망까지 현대 경제의 '전기화' 전반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그래서 구리 가격이 흔들리면 단순한 원자재 공급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 투자, 인공지능 인프라, 제조업 전반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수입 구리의 국가안보 위협을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2025년 7월 반제품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다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인 구리 완제품인 정련동은 관세 대상에서 빠졌고, 백악관은 2026년 6월30일까지 재검토를 벌여 2027~2028년 단계적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련동까지 관세가 확대될 것인지를 두고 시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6월18일 "지금 글로벌 구리 시장의 가장 큰 질문은 트럼프가 정련동 관세를 강행할지 여부"라고 보도했다.
이렇듯 미국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전 세계 구리 물량이 미국 쪽으로 먼저 이동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바깥의 공급은 더욱 빠듯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의 산업용 금속분석 책임자 헨리 반(Henry Van)은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구리 물량의 상당수가 2025년 구리 관세 부과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글로벌 원자재 데이터 플랫폼 리즈로(Rzzro)는 전했다.
'구리 관세'로 중국을 겨냥하지만, 미국이 더 아플 수 있다
미국 국기와 중국 국기. ⓒ EPA=연합뉴스
문제는 미국이 정련동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중국의 구리 지배력이 약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실제로 많이 수입하는 구리는 중국산이 아닌 칠레·캐나다·페루·멕시코산이다. 따라서 관세의 직격탄은 사실상 동맹국 공급망과 미국 기업들에 먼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구리 원광이나 고철은 어느 정도 확보해도, 이를 정련동으로 바꾸는 제련 및 정련 능력이 부족하는 데 있다.
영국 민간 소재 가격공시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은 광산과 재활용 원료를 합치면 미국 내 수요 이상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정련시설이 부족해 원료를 해외로 보내 가공한 뒤 다시 정련동 형태로 들여오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경제안보 전문기관들은 미국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관세가 아니라 구리를 녹이고 정제할 능력을 지키고 늘리는 산업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컬럼비아대 에너지정책센터는 2026년 5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련 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미국과 동맹국의 기존 제련 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면 공급망 집중이 더 심화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해 7월 펴낸 보고서에서 구리에 대한 관세가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새 구리 제련소를 짓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세만으로는 미국 내 공급망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바라봤다.
결국 중국이 가공·정제 능력의 핵심 고리를 쥐고 있는 한, 관세 공세만으로는 협상력을 뒤집기 어렵다. 이에 먼저 비명을 지르는 쪽은 미국과 동맹국의 제조업체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