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으로 실종 신고가 4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 당국은 생존자 구출에 사력을 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 지원이 시작된 가운데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이란도 이에 동참했다. 미국의 압력 아래 놓인 쿠바도 같은 중남미 국가로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원봉사자들이 2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약 40km 떨어진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 피해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 나시오날은 25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실종자 신고 사이트 '데사파레시도스 테레모토 베네수엘라'에 접수된 실종 신고가 4만 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앞서 24일 저녁 베네수엘라에서는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북부 지역 곳곳에서 건물 붕괴와 기반시설 피해가 이어졌고, 사망자는 최소 235명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구조대와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무너진 아파트 잔해를 기어오르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25일 가디언 보도를 보면 피해 규모가 커지자 국제사회도 잇따라 지원 의사를 밝혔다. 특히 미국, 쿠바, 이란이 동시에 구조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 나라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미국과의 적대 관계, 중남미 내 정치적 대립 구도 속에서 서로 가장 껄끄러운 축에 놓여 있는 국가들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 앞에서는 구조대 파견과 의료 지원, 물류 지원을 각각 약속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레인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구호 규모는 클 것이고, 빠를 것이며, 효과적일 것"이라며 미국 전쟁부가 물자 지원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국 국제도시 구조팀 대원들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코이마에서 베네수엘라 출발을 앞두고 수색견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오랫동안 제재와 정권 정통성 문제를 두고 충돌해왔다. 올해 초에는 미군 특수부대가 불법적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을 납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쿠바는 이미 의료진을 현장에 투입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쿠바 보건 인력이 피해 지역에서 "전면 동원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는 최근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주석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에너지 수입을 봉쇄하는 바람에 학교와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만큼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란히 베네수엘라 지원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란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구호와 구조 작업에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미국과 쿠바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교전국인 미국과 이란이 함께 베네수엘라 시민들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 멕시코, 브라질,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국가들과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 유엔도 구조대와 구조견, 장비, 군 수송기 등을 보내며 베네수엘라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진 전부터 전체 인구의 28%에 가까운 790만 명이 이미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였다. 보건의료, 식수, 교육, 에너지 등 기본 서비스의 공백도 장기간 이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