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과 리스·할부 등 비은행 여신 시장 진출을 위해 캐피탈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연내 인수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5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 말이다. 권 CFO가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애큐온캐피탈에 쏠려 있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있는 캐피탈 매물 가운데 1조 원대로 가장 '대어'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사장의 승부수는 달랐다. 1조 원짜리 대어 대신, 자본 211억 원, 자산 524억 원의 소형 캐피탈 회사인 마스턴캐피탈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자본총계 211억 원의 소형 캐피탈 회사, 마스턴캐피탈을 241억 원에 인수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마스턴캐피탈 인수의 목적을 두고 카카오뱅크가 직접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조 '대어' 애큐온 대신 소형사, 라이선스만 깔끔하게 ‘픽업’
카카오뱅크는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애큐온캐피탈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하면 애큐온저축은행이 ‘패키지딜’로 딸려 오게 된다. 카카오뱅크가 애큐온 인수전에서 발을 뺀 데에는 이러한 매각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기할만한 점은 카카오뱅크 입장에서 애큐온캐피탈 인수가 커다란 재무적 부담을 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월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1.06%로 국내은행 최상위권 수준이다. 규제 기준(보통주자본비율 8.0%·총자본비율 11.5%)을 크게 웃도는 데다, 2021년 상장 당시 확보한 자본 가운데 활용하지 못한 여력도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시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6조6천억 원으로, 1조 원대로 거론되는 애큐온캐피탈 인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1조 원대 애큐온캐피탈을 감당할 체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축은행까지 묶인 매물 구조 탓에 소형사 인수가 전략적으로 선택됐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가 원한 것은 캐피탈업 라이선스다. 반면 애큐온은 저축은행이 묶여 있어 1조 원이라는 거액에 원하지 않는 자산까지 통째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마스턴캐피탈은 2025년 당기순손실 23억 원의 적자회사인 데다가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금액(241억 원)이 마스턴캐피탈의 자본총계보다도 크다는 점에서 ‘웃돈을 주고 샀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매물이다. 하지만 단일 매물인 만큼, 캐피탈 사업 라이선스만 깔끔하게 확보할 수 있다. 규모가 워낙 작아 단번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직접 진출’을 위해 업권 경험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전략에는 최적화 된 매물인 셈이다.
카카오뱅크 스스로도 인수 목적을 '라이선스 확보'로 명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마스턴캐피탈 인수 결정 직후 “이르면 연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캐피탈업 진출에 필요한 라이선스와 운영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사이지만 직접 몸집을 키울 발판은 갖췄다는 점도 선택 배경으로 꼽힌다. 마스턴캐피탈은 리스금융과 기업금융 등을 영위하는 여신전문금융사다. 자본 여력이 큰 카카오뱅크가 자금을 대면 기업대출 규모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할부금융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할부금융으로 안정적 기반을 다진 뒤 자동차 유통 플랫폼 등과의 협업으로 자동차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이후 리스·렌탈과 기업금융, 투자금융으로 확장해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 가계대출에 편중된 구조 탈피가 핵심, 마스턴이라는 교두보가 겨냥하는 건 결국 캐피탈업의 수익성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핵심 사업인 가계대출의 성장 정체가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연간 여신 잔액 성장률은 2023년 38.7%로 매우 높았지만 2024년 11.6%, 2025년 8.6%로 매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순이익 증가율 역시 2023년 35%, 2024년 21%에서 2025년 9%로 둔화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이 규제 영향을 받으면서 2024년 하반기부터 대출 성장률이 직전 평균을 크게 하회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마스턴 인수는 교두보 성격이 짙지만, 그 발판이 겨냥하는 것은 은행을 웃도는 캐피탈업의 수익성이다. 2025년 기준 은행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12%인 반면 캐피탈업은 16.29%로 두 배가 넘는다. 심지어 지방금융그룹인 JB금융그룹에서는 JB우리캐피탈이 그룹 순이익의 43.7%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권 CFO도 역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캐피탈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과 관련해 "신용등급 개선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캐피탈업 수익성이 은행보다 높아 재무 기여도가 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단계적 사업 확대를 통해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고 플랫폼 경쟁력과 자본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