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방산 사업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기존 여객·화물 운송 사업에 방산 부문을 더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무인기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보고 이를 육성해 대한항공을 자체 무기체계 보유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기존 군용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 대한 수주를 늘려 무인기 등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조 회장이 주력할 핵심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 대한항공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테크 박람회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6’에 참가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대한항공은 지능형 관제 부문, 자율형 조종 부문, 지능형 유지보수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자율형 조종 부문에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전장을 통합 지휘하는 ‘무인기’ 체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아음속 무인표적기가 대표적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유인 전투기와 복합 편대를 구성해 조종사의 감독 아래 정찰·전자전·공격 등의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무인기다. 대한항공은 2021년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개발을 시작해, 2025년 2월 저피탐 무인편대기의 첫 번째 시제기(대량 생산 전 성능을 점검하는 완성 모델)를 출고한 바 있다. 2027년 유인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무인기를 직접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 비행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마하 0.6(시속 약 735㎞)급 비행 성능을 가진 고속 무인표적기의 시제기 출고와 초도비행을 2027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이번 박람회에서,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공동 개발하는 AI 무인기의 시험 비행 영상과, 군집 드론 기업 파블로항공의 무인기 플랫폼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양사 공동 기술 실증 프로젝트도 처음 공개했다. 무인기들이 스스로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는 군집 비행과 자율 임무 기술을 구현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6년 4월 무인기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로 국내 최초의 전략급 무인항공기인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1호기를 출고한 것. 대한항공이 LIG D&A(옛 LIG넥스원) 및 한화시스템과 함께 개발한 MUAV 1호기는 고도 10km 이상의 상공을 날며 지상의 목표물을 정찰할 수 있다. MUAV가 실전에 배치되면 전략 표적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작전지휘 능력을 더 신속하게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은 유인기 무인화 전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유인 항공기에 비행 제어 컴퓨터, 전술 통합 항법 시스템 등을 탑재해 무인기로 개조하는 사업이다. 퇴역·노후 유인 헬기인 500MD 헬기를 무인 헬기로 개조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의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 대한항공
◆ 군용기 MRO 사업 성장으로 항공우주사업부 실적 개선
조원태 회장은 방산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방산 및 항공우주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 부문(항공기체 사업, MRO 사업, 무인기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분야는 보잉사의 민항기 등 항공기의 복합재 날개와 동체 부품을 생산하는 '항공기체'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군용기 MRO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한국군 및 미군 군용기(UH-60 블랙호크, CH-47 치누크 등)의 창정비(장비나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검사·수리·재생하는 최상위 단계의 정비)와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계속 수주가 늘고 있다.
군용기 MRO 사업 확대는 회사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다. 항공기체 사업 실적이 정체돼 있는 반면 MRO 사업 비중은 계속 커지면서다. 군용기 MRO 수주 잔고는 2024년 말 2999억 원에서 2025년 말 1조5391억 원으로 413%나 늘었다. 이 덕분에 항공우주사업부 전체 수주잔고도 이 기간 3조6166억 원에서 4조4636억 원으로 23.42%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뒤로 하고 2025년 영업이익 243억 원을 내며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5년 매출액은 7796억 원으로 2024년 5930억 원에 견줘 약 31.5%나 늘었다. 2026년 1분기 실적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서 1분기 매출액(2522억 원)은 전년 1분기 매출액에 견줘 86.8%나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2026년 실적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여객·화물 사업과 달리, 방산 사업은 정부나 동맹국과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하기에 회사 전체 재무안전성을 높이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 자체 무기체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하지만 조원태 회장과 대한항공 경영진 앞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핵심은 사업 체질 개선이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은 그동안 외부에서 따온 하청·정비 구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항공기체 사업은 민항기 수요에 민감하며, MRO 사업 역시 그보다는 덜하지만 국제정세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구조를 넘어 사업 내재화를 꾀할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은 무인기와 특수 임무기 등 자체 무기체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조 회장은 무인기 분야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무인기 분야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지금의 개발 성과를 수출 실적으로 빠르게 연결해 글로벌 판로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군용기 MRO 등 장기 프로젝트 기반의 방산 수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방산 분야의 투자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대한항공은 2026년 12월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과의 조직·시스템·마일리지 통합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통합 이후에도 방산 부문 R&D를 차질없이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가 지연 없이 완수한 후에도 수주와 재무여력을 유지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멈추지 않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조 회장의 최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