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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이면서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하나의 제도이다.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권리, 파트너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 해외 발령이 있으면 동반 비자를 신청할 자격 등을 보호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법체계의 출발이 되는 민법의 어디에도 동성결혼을 금지한다는 명시적 조항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성결혼은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아도, 아무리 깊이 서로를 돌봐도, 법 앞에서 이들은 여전히 남남이다.

[허프 생각] 트렌스젠더 '성별 정정'도 가능한데, 동성결혼은 인정되지 않는다 : 이제 법원이 답해야 한다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운데 오른쪽)가 2024년 7월18일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현실에 맞서 동성커플들은 직접 법정에 서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2024년 10월 동성커플 11쌍이 수도권 법원 6곳에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2026년 4월에는 대구, 부산 등 영남권에서도 소송이 접수됐다.

헌법재판소에도 동성혼 법제화와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 헌법상 인정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법은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말이 있다.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 법도 그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2022년 11월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에게도 성별정정을 허용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일률적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았던 판례를 11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는 다른 맥락의 문제지만,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에서 파생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갖는다. 

헌법재판소는 행복추구권에 "개인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내포되어 있음을 일관되게 인정해왔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와 같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도출된 권리다. 

헌법재판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고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을 바탕으로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 아래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로 명시한 바 있다.

동성애 문제도 누구와 함께 살고 누구와 가정을 꾸릴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다른 어떤 권리보다 근본적인 자기결정의 영역이라 바라봐야 한다. 

대법원도 같은 맥락에서 발걸음을 내딛은 바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4월 사적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뤄진 동성군인 사이 성행위를 군형법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군형법의 보호법익에 포함된다"며 14년간 유지된 판례를 스스로 뒤집었다. 법원은 이렇게 동성애 자체를 범죄로 보는 시대를 끝냈다.

대법원은 2024년 동성애와 관련해 한 발 더 나아가는 이정표를 세웠다. 사실혼 관계의 동성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당시 재판부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완전히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블룸버그는 이 판결을 두고 "결혼평등에 관한 한국 내 최초의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동성결혼,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허프 생각] 트렌스젠더 '성별 정정'도 가능한데, 동성결혼은 인정되지 않는다 : 이제 법원이 답해야 한다
2026년 6월13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성결혼을 '아직 이르다'는 말로 제도화를 미루기에는 세계의 흐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세계 37개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이후에도 권리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2015년 6월 동성결혼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됐고, 그리스는 동방정교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4년 의회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동성결혼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동성커플에게 사회보장과 체류자격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도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홍콩 최고법원은 2018년 동성커플에게도 이성커플과 동일하게 피부양자의 비자발급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홍콩은 2024년 기준으로 세금과 상속권, 공무원혜택, 부양가족 비자 등의 분야에서 동성커플의 권리를 일부 인정한다.

일본은 2026년 6월 성소수자(LGBT) 이해증진법에 기반한 첫 기본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내놨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구체적 제도 실행과정에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중앙정부가 공식적으로 계획을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앞선 모습이다.

법원은 오랫동안 동성결혼 문제를 입법자에게 미뤄왔다.

하지만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못하고, 함께 돈을 모아 마련한 집에서 쫓겨날 수 있는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동성커플들은 이미 법정에 서 있다. 

법원은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는 이성커플에만 허락된 권리가 아니다. 이제 법원이 답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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