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의 한 아파트에서 수천만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모자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이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한 가정의 삶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범죄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자. AI 이미지.
2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음성군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 A씨와 20대 아들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전날부터 어머니와 동생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B씨가 5000만 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뒤 어머니와 함께 삶을 비관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B씨가 피해를 입은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단순히 돈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와 가족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13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7257억 원보다 약 56%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2025년 8월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을 수립·시행했다. 이후 2025년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 4개월 연속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모두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여전히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범죄 조직의 수법 또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카드 배송이나 법원 등기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미끼로 접근해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이후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보호관찰이나 신변 보호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 등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는 과거처럼 단순히 송금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고 행동을 통제하는 고도화된 가스라이팅 범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범죄 조직은 사회적 불안과 공포,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악용해 피해자를 속이고 있으며 수법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범죄 수법이 정교해지는 만큼 대응 역시 그에 걸맞게 강화돼야 한다. 수사기관의 추적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금융권과 통신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촘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 보호 장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