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1차 고위급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됐다.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연락체계와 레바논 갈등 완화 기구 설치에 합의하고 60일 내 최종 종전협정을 도출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요 의제인 이란 핵물질과 관련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해 미국의 열세가 도드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협상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강경 발언에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뒷줄 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뒷줄 왼쪽)가 2026년 6월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자회담에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앞줄 오른쪽)과 중재국으로 나선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만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 AFP통신=연합뉴스
이란전쟁 종전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22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미국·이란 고위급 회담이 종료됐으며, 양측이 양해각서 이행을 정치적으로 감독할 고위급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고위급위원회는 앞으로 60일 이내에 최종 종전협정을 맺기 위한 로드맵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협상 기한은 미국과 이란 정상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다음 날인 18일부터 기산하며, 마감시한은 8월16일이다.
공동성명에는 레바논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갈등완화 기구'를 중재국 지원 아래 구축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미국과 이란 사이 핫라인 형태의 연락체계를 마련하기로 하는 내용도 주요 합의사항에 포함됐다.
고위급 회담 결렬될 뻔 : 트럼프 위협 발언에 이란 대표단 이탈하기도
이번 고위급 회담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이란 대표단은 취재진에게 공개된 고위급 회담 개회 발언과 미국과 공동사진 촬영자리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최종 합의 전 우호적 장면이 연출될 경우 이란 내 강경파의 반발을 우려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회담이 시작된 지 약 80분 만에 잠시 정회된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으면 더 강하게 이란을 타격하겠다"고 말해 분위기가 급랭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이탈했고, 이란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의회 의장은 "미국은 발언을 신중히 하는 것이 좋다"며 "이란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중재국 파키스탄의 모신 나크비 내무장관이 이란 대표단을 설득하기에 나섰고, 이란은 결국 마음을 돌려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이란 핵문제까지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발언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핵심사안인 이란 핵물질 논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한 셈이 됐다.
여기에 이란의 경제 제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얻은 것은 없는 모양새가 연출된 점도 주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 및 개발계획이 시작됐다"며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면제되고 해외에 동결됐던 이란 자산 일부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