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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장난감의 위기를 다루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놀이의 시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묻는다.

[허프 트렌드] 장난감의 위기일까?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놀이를 통한 '세계 경험'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디와 버즈의 시대에서 릴리 패드의 시대로

'토이 스토리 5'는 스마트 태블릿 '릴리 패드'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온라인 세계에 모여들게 되고 여자아이 보니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릴리 패드를 찾는다. 이렇게 아이들이 릴리 패드에 빠지면서 우디와 버즈와 같은 장난감들이 점점 아이들로부터 멀어진다.

영화 속 스마트 기기 릴리패드는 새로운 장난감이자, 아이의 시간과 주의력을 진공청소리기처럼 조용하지만 빠르게 빨아들인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던 아이들은 이제 이제 스마트 기기가 화면 속에 만들어낸 가상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영화에서 릴리 패드는 상상력을 키우는 장난감이라기보다 끝없이 완성된 이야기와 자극을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우디와 버즈가 존재하던 세계에서 놀이는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지만, 릴리 패드의 세계에서 아이는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받아들일 뿐이다.  

[허프 트렌드] 장난감의 위기일까?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놀이를 통한 '세계 경험'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난감은 물건이 아니라 관계다

아이들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장난감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물건을 만지며 원인과 결과를 익히고, 역할을 만들어가며 세계를 이해해 간다. 어떤 장난감은 '애착 인형'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닳고 색이 바래도 아이가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다. 장난감은 스스로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인형에게 이름을 붙이고 목소리를 만들어주며 감정을 부여한다.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아이의 상상 속에서는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결국 장난감의 힘은 물리적인 특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그 안에 시간을 들여 의미와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 장난감은 존재 자체보다 아이의 상상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별해진다.

[허프 트렌드] 장난감의 위기일까?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놀이를 통한 '세계 경험'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기다림의 시간에서 반응의 시간으로

반대로 스마트 기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화면 속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말하고 완성된 상태로 아이들에게 제공된다. 아이는 그 안에서 선택하고 반응할 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지 못한다.

이를테면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나오자 아이가 칭얼거리고 부모가 익숙한 듯이 스마트폰을 건네는 순간이 있다. 그 몇 분은 조용해지지만 그 사이 아이는 기다리며 주변을 살피거나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대신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오는 화면의 속도에 익숙해진다. 이처럼 스마트 기기는 혼자 있어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지만 사람과 사물, 세계와 관계를 맺는 경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분명한 변화를 만든다. 손에 쥔 장난감이 아니라 화면이 놀이 시간의 잡아먹을 수록아이가 상상으로 시간을 채우는 순간은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스마트 기기는 아이의 시간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상상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간인지, 즉각적인 반응으로만 채워지는 시간인지에 따라 아이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물론 모든 디지털 경험을 같은 방식으로 볼 수는 없다. 교육용 콘텐츠나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앱처럼 긍정적인 도구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디지털 환경은 빠른 반응, 짧은 전환, 끊임없는 자극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장난감이 만들어온 느리고 쌓여가는 놀이의 흐름과 다른 방식이다.

[허프 트렌드] 장난감의 위기일까?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놀이를 통한 '세계 경험'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세계보건기구(WHO)는 5세 미만 아동의 화면 노출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특히 만 1~2세 아동에게는 화면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이는 시간을 줄이라는 의미라기보다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시간 감각과 놀이 경험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기준에 가깝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만 3~4세 아동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약 184분이다.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도는 이 수치는 아이들이 놓여 있는 놀이 환경 자체가 이미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프 트렌드] 장난감의 위기일까?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놀이를 통한 '세계 경험'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이들 놀이시간이 변하고 있다, 나쁜 방향으로

결국 이 영화가 묻는 건 장난감이 남아 있느냐, 사라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기술 자체의 선악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시간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있다. 릴리 패드는 빈 시간을 즉시 채워버린다. 이 순간이 반복되면 아이에게 비어 있는 시간 자체가 점점 낯선 경험이 된다.

그래서 릴리 패드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부모에게는 잠깐의 편리함과 평온을 주지만, 아이에게는 다른 방식의 시간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루함을 없애는 기술'을 아이의 세계에 얼마나 자주 들여놓고 있는가. 그 기술이 대신 가져간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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