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외교 정책 사상가, 정치인, 활동가 세력은 이란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이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바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 정권 교체 전쟁을 피하겠다는 거짓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암살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상대로 기습 전쟁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인 이란전쟁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듯하다. AI 이미지.
하지만 이러한 야심 찬 꿈은 수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더 강경해진 새 지도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무참히 깨졌다. 이번 합의는 전쟁의 초기 목표에 대한 완전한 항복처럼 보인다. 트럼프와 이스라엘, 그리고 네오콘들은 이슬람공화국(이란)을 무너뜨리고, 핵 프로그램을 영구 중단시키며, 전량의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켜 이란의 군사력을 무력화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게 만들고자 했다. 무조건적 항복만을 받아들이겠다던 트럼프의 거듭된 호전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가운데 달성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번 양해각서로 인해 테헤란은 새 강경파 지도부의 통제 하에 그대로 남게 됐다. 또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트럼프가 2018년 탈퇴했던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합의(JCPOA)보다도 훨씬 덜 엄격한 제한을 받는 상태로 회귀했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통제하고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이는 해상 물류의 자유로운 이동 측면에서 최악의 반전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아울러 원유 판매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 완화와 향후 추가 제재 해제 조치, 이란 동결 자산의 해제 가능성, 그리고 국가 재건을 위한 3천 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까지 보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들의 대의에 헌신적이라고 믿었던 네오콘과 이스라엘 측이 현재 깊은 충격과 혼돈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네오콘이자 전쟁 지지자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이번 합의를 "대참사(debacle)"라고 불렀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으며 보수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마크 티센은 이를 "완전한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이란 정권 교체를 주도적으로 주장해 온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두보위츠 의장은 뉴욕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양해각서는 테러 정권이 전장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승리, 즉 '재정적 구제'를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이번 양해각서는 '등 뒤에서 칼을 꽂은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TV 분석가는 이를 "외교적 10·7 사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약 12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이란으로 전쟁을 확장하는 도화선이 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유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년 이상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장해 온 네오콘과 이스라엘 프로젝트의 허망한 결말이다. 부시의 '악의 축' 연설부터,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한 오바마의 성공적인 협상을 '반역'과 다름없다고 선언하기까지, 이들 네오콘이 추구한 것은 단 하나,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슬람공화국(이란)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오랜 전쟁 매파이고 네오콘의 동맹이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비치 보이스의 노래 '바바라 앤(Barbara Ann)'의 선율에 맞춰 "폭격, 폭격, 폭격(Bomb, bomb, bomb)... 이란을 폭격하자"고 농담조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밖에 수많은 네오콘과 그 동맹 세력 역시 오랜 기간 이슬람공화국의 전복 열망을 드러내 왔다.
두보위츠는 2012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란에 대해 더 강력한 국제 제재를 추진하려 한다면, 그 목표는 핵 확산 저지가 아니라 이란의 정권 교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아리 플라이셔는 2018년 "우리가 이란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수록, 언젠가 그 신정 체제를 축출하고 실제로 평화를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가 적으로 돌아선 존 볼턴은 2015년 핵합의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뉴욕타임스에 "이란의 핵폭탄을 막으려면 이란을 폭격하라"는 제목의 시론을 기고했다.
볼턴은 시론에서 "미국이 철저한 파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 혼자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그러한 행동은 테헤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강력한 이란 야당 지원과 결합돼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제재를 통한 엄청난 압박은 통하지 않았다.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폭격도, 내부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는 것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감행된 전쟁은 완전히 역효과를 낳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학교에 다니던 100명 이상의 어린 소녀들을 포함한다)을 희생시키며 막대한 물리적 피해를 입혔지만, 동시에 이란에 강력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장악해 전 세계에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로 인해 석유, 가스, 비료, 헬륨,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했고, 저가 드론을 이용해 걸프만 아랍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네오콘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전쟁은 전쟁 반대론자들이 늘 경고했던 대로 '완전한 재앙'으로 끝났다. 그들의 프로젝트 전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며,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더 호전적인 태도와 정권 교체에 대한 공허한 외침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그들의 꿈이 반복해서 재앙으로 실현되는 것을 목도해 왔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서규식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