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룸'이 개봉 2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국 공포영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 고지를 밟은 것은 2019년 조던 필 감독의 '어스'(147만 명) 이후 7년 만이다.
여기에 해외에서 먼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호러 영화 '옵세션'의 국내 개봉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두 작품의 성공 비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백룸' 포스터(왼쪽), 영화 '옵세션'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유니버설 픽쳐스
지난 16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백룸'은 1만2242명의 관객을 추가하며 누적 관객 수 100만219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흥행 수익은 이미 3582억 원을 넘어섰다. 제작비가 약 14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 같은 흥행세에 힘입어 제작사 A24 역사상 최고 흥행작에도 이름을 올렸다.
'백룸'은 가구점을 운영하는 남성 클라크가 매장 지하에서 정체불명의 공간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의 벽 너머 어딘가에 끝없이 이어지는 미지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배치해 공포감을 자아내는 이른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를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특히 이 작품은 ‘점프 스케어’(공포영화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나 괴물 중심의 전통적인 공포 대신 공간 자체가 주는 불안감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호러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매력은 SNS를 통해 더욱 확산됐다. 이용자들은 주차장, 복도, 사무실, 창고 등 일상 속 공간을 '현실판 백룸'이라 부르며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발전했다. 나아가 맥도날드, 이케아, 레고 등 다양한 브랜드들까지 '백룸 감성'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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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포엠 스튜디오 공식예고편]
그리고 시네필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호러 영화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 26일 국내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옵세션'이다.
'옵세션'은 음반 가게 직원 바론이 짝사랑 상대 니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초자연적 힘을 지닌 장난감에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다룬다. 이 작품 역시 흥행 면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제작비는 약 75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에서 2억2천만 달러 이상(약 3천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작품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 사이에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백룸'과 '옵세션'이 상영된 시기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 스타워즈 IP의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등 대형 프랜차이즈 작품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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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 공식예고편
두 작품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의 감독들은 모두 유튜브 크리에이터 출신으로 영화를 개봉하기 전 본인 작품의 스타일과 개성 등을 끊임없이 대중들과 공유했다는 점이다.
'백룸'의 감독 케인 파슨스는 인터넷 괴담이었던 백룸 세계관을 직접 유튜브 단편 시리즈로 확장하며 팬덤을 구축했다. '옵세션'의 감독 커리 바커 역시 단 800달러의 제작비로 완성한 장편 영화 'Milk & Serial'을 유튜브에 무료 공개해 호러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코미디 영상과 저예산 단편영화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공개하며 관객이 어떤 순간에 웃고 긴장하며 영상을 공유하는지를 연구해왔다.
이들은 대형 스튜디오의 승인이나 전통적인 제작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오픈소스 3D 그래픽 프로그램 블렌더를 익히고 직접 영상을 편집하며 기술을 연마했다. 동시에 디스코드, 레딧,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발전시켜 왔다.
결국 이들이 장편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온라인 인지도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어떤 감각에 반응하고 무엇을 흥미롭게 여기는지 꾸준히 관찰하며 검증해온 과정이 있었다. 다시 말해 두 작품의 성공은 자신들만의 소통 창구를 통해 관객의 취향과 욕구를 끊임없이 파악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워너브러더스 모션픽처스 공동대표 마이클 드 루카 역시 이들의 성공 요인으로 '사전 검증된 팬덤'을 꼽았다. 그는 "이들은 처음부터 구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발전시켔다"며 "극장에 걸리기 전 이미 유튜브에서 10억 번의 테스트 시사회를 거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헐리우드 영화판에 변화의 시작이 예고된 가운데, '옵세션'은 '백룸'과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