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후속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는 절대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양해각서 서명 뒤 미국은 여론이 따가운 질책에 설명하기 급급하고, 이란은 성과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시민들이 2026년 5월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거리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란과 핵 협상 후속실무 협의를 위해 출국하기로 했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스위스 방문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은 "실무 대화를 위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런 협상의 실무적 조율은 결코 쉽거나 예측 가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협상 모멘텀이 식기 전에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짜야 하는 처지인데, 일정이 미뤄지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더욱 강한 기세로 미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8일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서면 메시지에서 "이란전쟁의 종전은 승인하되, 미국이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레드라인을 공개적으로 그은 것으로,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이자, 대미 협상 포지션을 강화한 것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연합뉴스
종전 양해각서 서명 뒤, 미국과 이란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란은 종전합의를 자국의 외교적 성과로 적극 홍보하면서 과시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의 의미를 설명하고 방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는 이런 상황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뉴욕타임스(NYT)와 나눈 전화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제 북한식 핵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 등 경제적 유인책을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근 엑스(X, 옛 트위터)에 종전 양해각서 사인 문서를 공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 문서는 어떤 위협과 압박 속에서도 존엄과 독립을 거래하지 않은 이란 민족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며 "오늘 기록에 남겨진 성과는 국가적 인내, 정치적 합리성, 책임있는 외교가 결합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