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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유통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AI가 만든 '곰팡이 핀 음식 사진'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등장하는가 하면, 정부는 AI를 활용해 라면과 빵, 세제 가격을 실시간 분석하며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한편에서는 시장을 투명화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도구가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분쟁과 신뢰 훼손의 원인이 되면서 AI의 명암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허프 트렌드] 유통업계 'AI 바람'의 명암 : 수급 투명성 높이지만 플랫폼에선 새로운 '분쟁 불씨'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달 음식의 재료 일부를 덜 익은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민생 물가 관리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AI 기반 민생물가 상시 모니터링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생활필수품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물가 대응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핵심은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려운 방대한 가격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있다. 규격과 가격 체계가 제각각인 가공식품·공산품 시장에서 AI가 가격 변동을 상시 점검하고 증감률과 위험 수준까지 분석해 관계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상 품목은 라면·빵 등 가공식품 13개와 세탁세제·화장지 등 공산품 8개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도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기상 정보와 비료 투입량, 과거 가격 흐름 등을 종합 분석해 생산량과 도매가격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수산물 분야에서는 2029년까지 수급 변동 원인과 확산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AI를 활용한 물가 모니터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과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알뜰 소비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대표적이다. 위치 기반 가격 지도와 최적 구매처 추천 등 생성형 AI 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 정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체감 물가와 실제 가격 정보 사이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AI 기반 분석이 확대되면 가격 비교는 물론 수급 예측까지 한층 정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다루는 정보의 양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새로운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는 가격과 수급 정보를 분석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거나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정보의 왜곡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유통업계 안팎에서 AI의 활용 확대와 함께 정보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AI가 정보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민간 유통 플랫폼에서 이미 현실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음식 배달 시장에서는 생성형 AI로 만든 '가짜 음식 사진'을 환불 증빙에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플랫폼의 환불 절차가 사진 증빙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실제로는 멀쩡한 음식이 훼손된 것처럼 꾸며진 이미지가 제출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멀쩡한 음식이 곰팡이 핀 사진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사진도 믿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동안 객관적 증거로 여겨졌던 사진의 신뢰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진 중심으로 운영돼 온 플랫폼의 환불·보상 체계 역시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보다 인력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은 허위 환불이나 조작 리뷰가 의심될 경우 내부 검수 절차를 거쳐 조치하고 있으며, 쿠팡이츠 역시 관련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실제 사진과 구별이 쉽지 않아 상당수 사례가 운영 인력의 모니터링과 사후 제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AI의 명암을 가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는 AI 도입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검증 체계와 제도적 안전장치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를 예측하고 소비를 돕는 도구가 신뢰를 흔드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기술 발전에 걸맞은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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