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경쟁력이 인재 양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국 대학의 약진은 중국의 미래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도 읽힌다.
학생들이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 둘째 날 시험을 마친 뒤 학교를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2026 세계 대학 평가'에서 중국 대학들이 미국과 영국 대학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에 따르면 전체 1504위 안에 든 중국 대학은 85곳으로 지난해보다 13곳 증가했다. 미국은 184곳으로 가장 많았지만, 2023년 201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대학은 93곳으로 지난해보다 1곳 늘었다.
순위 변동에서도 중국 대학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대학의 65%는 순위가 하락했고, 영국 대학도 40%가 순위가 떨어졌다. 반면 중국 대학은 61%가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상위권에서도 중국 대학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톱30 안에 든 중국 대학은 3곳에 달했다. 반면 한국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서울대는 지난해와 같은 38위에 머물렀다.
한국 대학은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42위, 고려대 52위, 카이스트 65위, 포항공대 106위, 성균관대 108위, 한양대 155위 순이었다. 한국 대학은 지난해와 같은 43곳이 순위권에 들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순위권 안에 진입한 대학이 6곳 줄은 41곳을 기록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순위에 든 대학 수가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8일 서울대학교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특별 행사에서 학생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할 지점은 이러한 대학 순위 평가가 단순한 대학 서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2월 발간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전기차·배터리 부문의 연구개발과 공급망 구축, 생산,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측면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 산업의 경우 중국은 특히 하드웨어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공급망 완결성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중국의 우위가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비전에서 제시한 전체 자동차 판매 대비 전기차 비중 20% 목표는 이미 2024년 초과 달성됐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국산화율 90%를 달성했고,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100% 국산화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는 이미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 중이라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도 중국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산업 우위는 중국이 일찍부터 인재를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장기적인 육성 체계를 구축해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한 뒤 인공지능(AI) 관련 전공을 기존 35개에서 500개 이상으로 확대하며 촘촘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반면 한국은 인재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국회연구조정협의회 공동연구 보고서 'AI 인재 양성을 위한 전략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한국은 고급 AI 인재 양성, 정착, 유치 체계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학의 발전은 정부의 장기 투자와도 맞물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대학들이 최근 몇 년간 과학·공학·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반면 영국과 미국 대학들은 국제 학생 감소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대학들의 순위가 국제 학생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영국 정부가 수업 중심 석사과정 학생의 부양가족 동반을 금지하고, 졸업 후 영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를 대규모로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해 가을 미국의 신규 국제 학생 등록은 1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