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은 조별리그 시작과 동시에 강팀들이 연이어 흔들리며 이변이 하나의 흐름처럼 번지고 있다. 예상 밖의 결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구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승부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K조 포르투갈과 콩고민주공화국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엎드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강팀들의 흔들림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피파 랭킹 8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K조 1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46위)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호날두는 통산 6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며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6개 대회 출전 기록을 세웠지만, 끝내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무적함대'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페인(피파 랭킹 2위)은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H조 1차전에서 카보베르데(67위)와 0-0으로 비기며 득점에 실패했다.
카보베르데는 인구 약 50만 명의 아프리카 섬나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팀이었다. 스페인이 27개의 슈팅을 퍼부었음에도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골키퍼 보지냐의 선방과 밀집 수비에 막혀 승점을 놓쳤다.
스페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2026 H조 경기에서 15일(현지시각) 카보베르데의 보지냐가 스페인의 미켈 오야르사발의 슈팅을 막아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피파 랭킹 9위)는 16일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G조 1차전에서 이집트(29위)를 상태로 1-1로 비겼다. 네덜란드(8위)는 15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일본(18위)과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FIFA 월드컵 역사상 최다인 5회 우승국이자 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피파 랭킹 6위) 역시 14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7위)와의 C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통적인 유럽 강호들이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기에서 연이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아프리카·아시아·중북미 국가들이 유럽식 전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이제는 조직력과 압박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은 카보베르데의 촘촘한 밀집 수비와 강한 압박에 막혀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고, 브라질은 모로코의 빠른 전환 공격에 고전했다. 일본 역시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끈질긴 압박과 역습으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유럽 강팀들은 월드컵 직전까지 이어지는 리그와 유럽 대항전 일정 속에서 핵심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누적된 상태로 대회를 치른다. 반면 비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대표팀 조직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리며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현대 월드컵은 결국 공간을 줄이고 속도를 극대화하는 전술이 중심이 되면서, 전통적인 점유 기반 축구가 오히려 경기를 풀어가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은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결정력 부족과 상대의 밀집 수비에 가로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월드컵은 늘 '이변의 무대'였다. 강팀이 약팀에 패하거나 예상 밖의 무승부가 나오는 장면은 매 대회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는 충격을 만들어냈다. 월드컵의 역사는 곧 이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유럽 중심 질서의 균열과 함께 축구 경쟁 구도의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강팀의 이름값이 더 이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부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