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06일 간의 이란전쟁을 끝내는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14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을 60일간만 무료 개방한다고 명시했다. 핵 문제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폐기 방법이 담겼지만 실질적 이행은 앞으롸 60일간의 협상에 달려 있어 사실상 다음으로 미룬 것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가지 핵심 쟁점에서 미국은 사실상 빈손으로 전쟁을 끝낸 셈이다.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원래 자유로웠는데 이란은 통제권을 새로 쥐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6월 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무대를 떠나며 손짓을 하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미국 고위 당국자는 17일(현지시각) 오후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전화 브리핑에서 "합의문을 읽고 각 문단을 읽은 뒤 부연설명을 하겠다"고 밝힌 뒤 양해각서 내용을 순서대로 소개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일제히 전했다.
그 중에서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기간 문제와 이란 핵물질의 처리방식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수수료 : 60일짜리 면제, 그 이후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브리핑에서 종전 양해각서에 '이란이 60일 동안 상업선박의 안전 통항을 무상으로 보장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고 낭독했다. 60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관리와 해상서비스 문제는 오만 및 걸프 연안국들과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상 서비스'라는 표현이 이란의 수수료(fee) 징수권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매체 파르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해각서에서 미국이 통항료 징수 원칙을 수용한 것이며, 단지 이란으로부터 60일간의 유예를 얻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앞서 13일 이란 국영TV와 나눈 이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는 이란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가 완전 개방될 것이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양해각서 전문 공개로 그 주장이 '60일짜리 유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미국 CNN은 미국 정보당국 평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제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넘겨줬다"며 "이는 어떤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다"고 보도했다.
핵협상 : 오바마 때보다 출발점 불리
오바마 JCPOA(2015) vs 트럼프 MOU(2026) 비교
항목
오바마 JCPOA (2015)
트럼프 MOU (2026)
핵농축 상한
3.67%
미명시 (현재 60%, 향후 협상)
협상 기간
18개월
60일 이내 최종합의 목표
문서 분량
150쪽 세부 조항
14개 조항 (MOU 수준)
우라늄 처리
감축 및 봉인
다운블렌딩(IAEA 감독) 합의
제재 해제
단계적 이행 연계
이행 연계 (원칙적 합의)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번 양해각서 브리핑에서 이란이 고농축우라늄(HEU) 재고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다운블렌딩(농축도 저감)'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두고 '미구의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종 핵합의는 여전히 60일 이내에 별도로 타결해야 할 사안이고, 이행보장 장치는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양해각서 내용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핵합의(JCPOA)와 비교할 때 출발점이 훨씬 불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18개월의 협상 끝에 150쪽 분량의 세부조항으로 핵 농축 상한선을 3.67%로 묶은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인 2018년 합의 파기로 이란은 JCPOA 협의 직전 농축 비율(20%)보다 높은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협상테이블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보다 훨신 높은 핵위험 수위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16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과제는 그동안 오바마 정부의 핵합의(JCPOA)를 향해 퍼부었던 비판을 극복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