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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비싼 원료를 사용하고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게 되는 ‘역래깅효과(역시차효과)’ 리스크에 놓인 데다 8조 원에 이르는 연결기준 순차입금 부담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의 기본 소재인 에틸렌 등 범용 제품을 넘어 고부가가치로 사업 전환에 힘을 주고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 전환에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 부담 완화는 정부 지원 규모를 포함한 여수 지역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의 성패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 중동전쟁 종전 긴장하는 이유 : '역래깅' 효과로 단기 손실 불가피, '여수 석유화학 재편' 따른 지원 기대는 높아져
롯데케미칼이 실적과 재무 측면에서 모두 부담이 적지 않다는 신용평가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롯데케미칼

6월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5년 차에 접어든 석유화학업계 장기 불황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6월12일 석유화학기업 3곳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에틸렌 생산기업으로 한화솔루션 및 DL케미칼의 NCC(나프타분해설비) 합작법인인 여천NCC, SK가스 자회사로 에틸렌과 함께 산업의 주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SK어드밴스드 2곳은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두 기업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보면 모두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낮아졌다. 두 기업 모두 업황 부진에 장기간 손실이 누적돼 재무부담이 확대됐고 이에 주주사 자금지원에 관한 의존도도 높아진 점이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내 석유화학 2위 기업으로 신용등급 ‘AA-’의 롯데케미칼도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A+로 낮아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늘리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문턱을 높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등급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 하락에는 2025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과 함께 최근 실적 개선에도 큰 폭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깔려 있다.

2026년 1분기 롯데케미칼은 10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735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긍정적 래깅효과(시차효과)가 이어지며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래깅효과가 일시적일 공산이 큰 만큼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연간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 폭이 수백억 원 수준에 그치는 이유도 하반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026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78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반기 수익성 부진 예측의 근거였던 ‘역래깅효과’가 종전을 앞두면서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실적 방어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비싸게 사둔 원료(나프타)가 원가로 반영될 시점에 종전 영향에 따라 에틸렌 등 제품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팔아야 하는 셈이다.

상반기 단기 호재로 작용했던 중동 전쟁은 종료 뒤에도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석유화학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및 해외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협상을 마무리하고 즉각적 종전을 선언했다.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일에 이란을 공습한 지 106일만으로 양측은 스위스에서 종전 서명식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통행료 없이 전면 개방되는 만큼 유가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15일 에너지·화학 주간보고서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가 급등과 래깅효과에 따른 단기 실적 호전보다 물가·금리 급등을 포함해 거시경제 지표 리스크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도 유가·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역래깅효과가 발생해 실적 둔화가 나타나 두 상황 모두 석유화학기업 실적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안정화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은 긍정적 측면으로 꼽힌다. 다만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여전히 저조한 만큼 롯데케미칼 수익성에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6월12일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중동 전쟁이 종료되거니 긴장 완화 등으로 유가가 급락하는 때에는 부정적 래깅효과로 단기적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중장기 글로벌 수급환경 및 전망 도 여전히 비우호적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끝나면 전반적으로 원료 수급 등에서 안정화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진한 업황의 근본 원인인 중국발 공급과잉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 석유화학기업들이 쉽지 않은 사업 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재무부담 완화 속도, 특히 순차입금 축소가 더딜 것이라는 예상도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전망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은 부진한 실적과 함께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연간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짓는 ‘라인(LINE) 프로젝트’ 투자로 순차입금이 대폭 높아졌다.

롯데케미칼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960억 원에서 2024년 말 7조1542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LCPL), 국내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면서 2025년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을 6조8409억 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2026년 들어 기업구매카드 유동화 잔액이 줄고 은촉매(고부가 제품 생산 때 화학 반응을 돕는 촉매제) 리스 보증금이 발생하면서 1분기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이 다시 8조63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가 2025년 11월 완공돼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가 2조5천억 원대에서 2026년부터 7천억 원으로 크게 줄지만 낮아진 이익창출력과 함께 4천억 원대로 급증한 이자비용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단기적으로는 외생변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만큼 중장기 재무부담을 줄일 열쇠로 꼽히는 석유화학 사업재편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남 여수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1호 프로젝트에서 나올 정부의 지원 규모가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향후 롯데케미칼의 주요 점검 요소로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과 함께 ‘사업재편 관련 대산 및 여수 프로젝트 진행 경과와 정부 및 채권단 금융지원의 구체적 내용’을 꼽았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전체 1호인 충남 대산 프로젝트뿐 아니라 여수에서도 가장 먼저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산에서는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합작법인)과 합병한 뒤 중복 설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및 채권단이 2026년 2월 모두 2조1천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 및 세제혜택 등의 방안을 결정한 가운데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롯데대산석화가 6월1일 출범하면서 진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여천NCC 및 여천NCC의 주주인 한화솔루션, DL케미칼과 진행하고 있는 여수 1호 프로젝트에서는 정부의 지원 규모 확정이 상반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여천NCC가 통합하는 여수 1호 프로젝트는 정부의 금융지원 방안 확정을 위한 실사 기한이 6월 말까지 연장됐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이르면서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당초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영향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 실사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부는 3월20일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수령하면서 “대산 1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부처 사이 협의를 거쳐 금융·세제·연구개발(R&D)·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맞춤형 기업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사업재편 이행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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