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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력 정치인이 마약에 손을 댄 장남을 직접 경찰에 신고해 세간의 이목을 끈 적이 있다. 세상의 시선보다 자식을 살리는 것이 먼저였던 어느 부모의 항복 선언이자, 철창에 가둬서라도 아이의 폭주를 멈추고 싶었던 구조 요청이었다.

[안준형 변호사의 마약과 사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울타리 : 마약 중독자의 가족
변호사 앞에서 단약 일기를 꺼내는 어머니의 모습. AI 합성 이미지

마약 사건을 맡다 보면, 법정보다 더 짙은 비극을 법정 밖에서 마주하고는 한다.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눈동자 속,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했던 부모들이 있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숨기려다가도, 끝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가슴에 못을 박는 그 결심은 언제나 처절하다.

우리는 마약이 중독자의 뇌와 육체를 파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약이 중독자 자신보다 먼저, 그리고 더 잔인하게 무너뜨리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다.

마약은 돈이 아주 많이 드는 범죄이고 질병이다. 중독이 깊을수록 투약자는 빚을 내고 사채를 끌어다 쓰며 결국 마약은 가족의 생계까지 침범한다. 그 과정에서 투약자와 가족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거짓과 배신이 반복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독이란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은 그 울타리 안에 있다.

필로폰 투약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약에 손을 댄 청년 K를 만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앙상하게 마른 손목을 보며 나 역시 수임을 망설였다. 하지만 내 마음을 돌린 것은 K의 어머니가 가방에서 꺼낸 낡은 공책 한 권이었다.

모서리가 닳아버린 그 공책에는 지난 몇 달간 가족이 치러낸 사투가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K의 기상 시간부터 식사량, 산책 시간, 금단증상이 몰아칠 때마다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견뎌낸 시간들까지. 건조한 활자 너머로 아이를 살리기 위한 부모의 절박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변호사님, 우리 아이는 의지가 강합니다. 우리 모두 죽을 각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떨리지만 단호했던 어머니의 목소리. 나는 그 낡은 '단약 일기'를 보며 변론을 결심했다. 법원은 결국 K에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것은 나의 법리적 변론이 만들어낸 승리가 아니었다. 끝까지 자식의 손을 놓지 않았던 가족의 위대한 헌신이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였다.

하지만 모든 중독자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라는 표현은 쉽게 쓰이지만 현실에서 만나기 쉽지만은 않다.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단약 일기를 써 내려가는 수많은 가족에게 무거운 짐을 홀로 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실 잔인한 일이다. 매서운 처벌의 칼날만큼이나 절실한 것은 투약자의 곁을 지키다 함께 무너져 내리는 이들을 지탱해 줄 국가 차원의 치료와 재활 시스템이다.

범죄자와 환자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단순히 '처벌'로 배제하는 한, 진료실과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낡은 울타리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사회가 그 틈을 메우는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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