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극우와 일베를 자극하는 글을 자제해 달라는 회사의 요청 앞에서 작가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터널'의 원작 소설가인 소재원 작가는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소재원 작가(왼쪽), 소재원 작가가 5월2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베 보이콧 이미지다 ⓒ소재원 인스타그램
소재원 작가는 지난 8일 스레드에 "제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와 회의를 했다"며 "담당 직급자가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제 SNS에 극우와 일베를 자극하는 글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요청의 이유로 담당 직급자가 "작품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전했다.
소 작가는 이러한 요청이 "이제는 제게도 꽤 익숙해진, 조언을 위장한 두려움"이라며 "늘 그렇듯 그를 안심시켰다"고 설명했다.
이후 소 작가는 극우와 일베를 겨냥해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책을 읽을까요?"
소 작가는 이어 "읽는 사람들이었다면 아무리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 한들, 한강 작가가 쓴 천근과도 같은 문장들의 위대함을 감히 깎아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깊이 있는 독서와 이해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그의 질문은 계속됐다. "그들이 영화를 보나요?"
소 작가는 "자신들이 그토록 존경한다는 이승만 영화도 관객 백만 명을 못 넘겼고, OTT에서조차 순위권에 든 적이 없다"고 언급하며 이들의 영향력이 현실 소비와는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드라마라고 볼까요?"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답했다. "그들은 긴 호흡의 드라마 속 기승전결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들이 제 작품을 불매 운동했을 때, 제 책에 낙서 하나 한 것 외에 뭐가 더 있었냐. 두려움을 느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들을 향해 "우리의 일상에 티끌만큼의 타격도 주지 못하는 사회적 패배자들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소 작가는 자신의 글을 두고 "약자를 대변하고 우리를 대변한다"며 "성범죄, 혐오, 거짓, 폭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제가 얼마나 단호한지 잘 아시잖아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진보나 보수 같은 생각의 차이가 아니다"라며 "무식함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무식함을 무기 삼아 범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단호할 뿐"이라고 했다.
앞서 소 작가는 5월26일 인스타그램에 "차별을 종용하고 성범죄를 일삼으며 범죄를 모의·실행하고 반인륜적인 고인 모독과 역사 왜곡을 일삼는 집단에 대해 '보이콧'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제 작품에 일베가 참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소 작가는 26세에 영화 '비스티 보이즈' 원작 소설인 '나는 텐프로였다'로 데뷔했다. '발로 뛰는 작가'로 잘 알려진 소재원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현장에서 시작된다. 2008년 데뷔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를 위해 직접 호스트바에 잠입해 현장 경험을 쌓았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후에도 그는 영화 '소원'을 위해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아픔을 공유했고 '터널'을 집필할 때는 사고 현장을 샅샅이 조사함은 물론 건축 도장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또한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의 원작 소설과 대본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녹여내며 진정성을 더했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 역시 피해자들과 직접 연대하며 그 생생한 고통을 기록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에게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호칭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그의 작가 인생 전체를 관통하며 스스로 가장 아끼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