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3년 8년 만에 영업적자 고리를 끊어낸 기세를 이어 명가 재건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이 상선 부문에서 풍부한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1척당 20억 달러를 웃도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를 더해 실적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중공업
6월8일 에너지업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FLNG 시장 확대와 맞물려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정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해 저장, 하역하는 해양플랜트 설비로 ‘바다 위 LNG 생산기지’로 불린다.
FLNG 시장은 LNG 수요 증가와 소규모 가스전의 경제성 증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자문기업 리스타드에너지의 5월20일 연구보고서 따르면 글로벌 FLNG의 연간 생산능력은 2024년 1410만 톤에서 2030년 4200만 톤, 2035년 55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030년까지 6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하는 수치다.
카우샬 라메쉬 리스타드에너지 가스 및 LNG 연구담당 부사장은 이 연구보고서에서 “FLNG는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고 다양한 환경에서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했으며 경제성도 우수해지고 있다”며 “FLNG가 주류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인 ‘로열더치 쉘 프렐류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새로 건조하는 FLNG 11척 물량 가운데 7척을 수주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하며 최상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6월2일 북미 지역 발주처로부터 FLNG 1기를 수주했고 4일 공사 진행 통보서를 발급받아 계약이 발효됐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기업 델핀미드스트림의 루이지애나주 ‘델핀 LNG 프로젝트’ 첫 번째 FLNG(델핀 1호기)로 삼성중공업은 29억 달러, 한화로 4조3301억 원에 이르는 일감을 확보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FLNG를 건조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대규모 수주를 추가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델핀 1호기 이후에도 추가 FLNG 일감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8일 ‘다올 선박’ 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4기의 FLNG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코랄 노르트’ 다음으로 연말에 ‘델핀 2호기’ 수주까지 가능할지 관심이 모인다”며 “델핀미드스트림은 2호기와 3호기 FLNG 프로젝트에 관한 최종투자결정(FID)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7월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니와 8694억 원 규모의 코랄 노르트 FLNG 본 공사 예비작업 협약(사전 공사계약)을 맺고 공정을 진행해왔다. 2026년 1월 하부 선체 건조를 마치고 진수했다. 올해 상반기 본 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황으로 수주 릴레이를 개시하면서 상부 설비(톱사이드) 건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델핀 LNG 프로젝트와 관련한 두 번째 FLNG(델핀 2호기)도 올해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노리는 일감이다. 올해 안에 델핀미드스트림의 FID가 이뤄지면 삼성중공업의 추가 수주 낭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를 추진하는 FLNG로는 캐나다 에너지기업 웨스턴LNG가 발주하는 ‘크시 리심스’가 있다.
최성안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이 2025년 수주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2026년 FLNG를 앞세워 만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척당 20억 달러를 웃도는 FLNG 4기를 노리며 삼성중공업의 2026년 수주목표를 크게 높여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연간 수주목표를 98억 달러로 세웠지만 79억 달러로 달성률 81%에 그쳤다. 최근 수주한 델핀 1호기와 코랄 노르트 본 계약이 지연되면서 해양 부문에서 목표(40억 달러)에 못 미치는 8억 달러어치 일감만 확보한 영향이 컸다. 올해는 이연된 FLNG 2기에 더해 추가 수주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 수주목표를 상선 57억 달러, 해양 82억 달러를 합쳐 모두 139억 달러로 설정했다.
최 부회장은 2026년 계획이 2025년 수주실적과 비교해 75% 이상 높여 잡은 공격적 수치임에도 상반기 목표 달성에 힘을 붙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에서 1월부터 6월4일까지 50억 달러를 수주해 이미 달성률 88%를 기록했고 해양 부문에서도 델핀 1호기와 코랄 노르트 사전 계약 증액분을 더해 목표의 40%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최 부회장은 아르헨티나, 수리남, 멕시코 지역에서 추진되는 FLNG 기본설계(FEED)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2027년 이후 삼성중공업의 수주 후보군을 확대해 두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은 프로젝트 관련 높은 이해도를 갖추게 돼 이어질 본 계약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1월 코랄 노르트 선체 진수식에서 “글로벌 LNG 수요 증가로 주요 해양 가스생산 설비에 관한 승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건조 역량을 고려해 매년 FLNG를 1~2기씩 확보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FLNG는 최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을 2010년대 초반 누렸던 전성기 시절로 다시 이끌 무기로 꼽힌다. 상선 부문이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초호황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FLNG가 더해져 꾸준한 실적개선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이르던 2010년대 초반 고부가 선박인 드릴십(원유시추선) 수주를 앞세워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중공업은 2010~2012년 사이 매년 1조 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2013년에도 영업이익 9142억 원을 올렸다.
다만 유가 하락과 함께 드릴십이 악성 재고로 남게 됐고 이후 저가 수주경쟁의 영향까지 겹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이 기간 삼성중공업의 누적 영업손실은 6조 원을 넘었다.
최 부회장은 삼성중공업 대표 임기 첫해인 2023년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에는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영업이익 8천억 원 이상(8622억 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상선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2022~2023년 수주 선박이 매출 50%를 넘기고 있어 추가 영업이익 증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규모가 큰 FLNG 일감도 수익성 확대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핀 1호기 수주 이후인 6월4일 삼성중공업 분석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은 FLNG 1위 사업자인 점을 한번 더 증명했다”며 “삼성중공업의 2027~2028년 해양 부문 매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삼성중공업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2026년은 1조5천억 원대, 2027~2028년에는 각각 2조 원을 웃돈다.
삼성중공업은 6월8일 공시한 LNG운반선 1척(3855억 원 규모) 수주 등을 기반으로 LNG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서 일감 확보에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차별화한 LNG 분야 경쟁력이 잇따른 수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부가 선종 중심의 선별수주를 지속하는 한편 현재 협의하고 있는 다수의 FLNG 안건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