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하원에서 "의회 승인 없는 전쟁은 불가하다"는 취지의 전쟁 반대 결의안이 가결됐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 일부 '반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하원은 3일(현지 시각) 전쟁 반대 결의안을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가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동안 유사한 결의안들이 여러 차례 상·하원 표결에 부쳐졌지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는 토머스 매시(켄터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톰 배럿(미시간), 워런 데이비슨(오하이오) 등 공화당 의원 4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상원에서도 별도의 전쟁 반대 결의안이 지난달 예비 표결을 가까스로 통과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실제 가결은 하원에서 먼저 이뤄졌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하원 결의안은 대통령 서명이 필요한 법적 구속력의 '합동 결의안(Joint Resolution)'이 아니라 의회의 입장을 표명하는 '공동 결의안(Concurrent Resolution)'이다. 대통령 서명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적 효력 역시 갖지 못한다.
반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전쟁 반대 결의안은 법적 효력을 지닌 합동 결의안이다. 그러나 상원 본회의를 먼저 통과한 뒤 다시 하원 표결을 거쳐야 하며,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제 입법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각각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이 의회 내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의회 결의안만으로 전쟁 수행을 제약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하원 표결은 공화당 내부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이탈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당장 권력 구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적 압박과 강경 대응에만 의존해 온 대이란 정책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경우 공화당 내 반대 목소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낙관적' 전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이란전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문서(paper)상으로 승리할 수도 있고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다"며 어떤 방식이든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잠정 합의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농축 중단 등 강경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최종 승인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