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견조한 반도체 수출 실적이 국내 경제 성장을 강하게 견인하고 있는 데다가 유가 상승 등의 외부 충격에도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6월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총재는 6월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개막한 '2026 BOK 국제콘퍼런스' 중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와 가진 정책 대담에 참석했다.
신 총재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12.3%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최근 반도체 부문의 폭발적 수출 호조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훌쩍 뛰어넘는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취약점 때문에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GDI 성장세가 위축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가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총재는 “성장세가 뒷받침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줄어든다”라며 “핵심 거시 경제 지표들이 모두 통화 긴축의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대담에 나선 슈나벨 이사는 이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슈나벨 이사는 "2022년 전쟁 떄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세계적으로 수요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국가마다 전쟁의 영향이 다르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며, 경제 내 수요가 탄탄해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길 경우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슈나벨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1970년대의 머니마켓펀드(MMF)처럼 대규모 환매 사태(뱅크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기존 전통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득세가 신흥국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이 단순한 관찰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철저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