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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사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 최대 핀테크 플랫폼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인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통 금융권의 거두인 미래에셋그룹, 삼성그룹, 한국투자증권이 연달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세 곳에 도합 1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전통 금융권의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는 금융당국이 9년간 유지해온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의 완화를 공식화하자, 그동안 기회를 엿보던 대형 금융사들이 일제히 움직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국투자증권 김남구 미래에셋 박현주의 선택은 삼성과는 달랐다 : 3사3색 가상자산 거래소 쟁탈전
전통 금융권이 각각의 전략을 가지고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제히 가상자산 플랫폼 지분투자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금융그룹, 그리고 삼성증권을 위시한 ‘삼성 계열사 연합’ 등 세 곳의 금융사들은 같은 시장을 바라보면서도 완전히 제각각의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연합을 구성해 검증된 1위 플랫폼에 올라탄 반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하위 거래소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대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그룹 회장은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 플랫폼과 손을 잡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래 옵션을 열어두는 신중함을 보여줬다. 

◆ '신중론' 김남구의 한국투자금융그룹 , 글로벌 OKX 손잡고 최소 비용으로 옵션 확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전략은 세 그룹 중 가장 신중하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거래량 기준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평가받는 OKX벤처스와 손을 잡고 코인원 지분 40%를 1600억 원에 나눠 취득했다. 두 회사는 각각 800억 원씩의 자금으로 20%씩 지분을 인수했다.

이번 투자에 투입된 한국투자증권 단독 자금 800억 원은 한투증권의 2025년 연결 순이익과 비교했을 때 약 4% 수준에 불과하다.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투자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전략이 미래에셋금융그룹이나 삼성과 차별화되는 핵심은 바로 'OKX'의 존재다. 현재의 규제 환경상 국내외 거래소 사이 직접적 유동성 연결은 불가능하지만, 향후 규제 완화 기류에 따라 OKX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코인원의 인프라와 즉각 결합할 수 있는 경로를 뚫어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미래에셋그융그룹의 박 회장과 연결해 바라보는 해석도 나온다.

김 회장은 2026년 초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플랫폼 인수보다는 보험사 인수에 더욱 공을 들여왔다.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직접 보험사 인수 검토를 공식화 했으며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IR 담당자가 "연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공식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인원 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 이번 딜을 미래에셋을 향한 ‘맞불작전’이나 ‘경쟁의식’의 발로로 해석하는 이유다. 

다만 OKX라는 글로벌 거물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복잡한 설계 방식, 그리고 이번 투자가 보험사 인수를 위해 쌓아놓은 현금을 훼손하기에는 상당히 작은 규모라는 것을 살피면 맞불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 “우리의 목표는 야심차다” ‘공격수’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코빗 통째로 삼켜 수직통합 그리드 구축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접근 방식은 세 그룹 가운데 가장 파격적이고 공격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거대한 1위 플랫폼의 지분을 일부 나누는 대신, 하위 거래소를 완전히 틀어쥐는 방식을 택했다.

인수 주체는 박 회장의 개인 지분 48.5%를 포함해 특수관계자 지분이 91.5%(2025년 12월 한국신용평가 보고서 기준)에 달하는 사실상 오너가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 원에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현재 코빗은 국내 거래량 점유율이 1% 미만에 불과한 4위 거래소로,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25년 기준 매출 97억6천만 원, 영업손실 154억 원, 당기순손실 157억5천만 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이 코빗을 낙점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작은 규모’에 있다. 이미 덩치가 커진 1위 거래소에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보다, 작고 유연한 플랫폼을 완전히 장악해 그룹이 원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재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박 회장은 이미 2026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전통 자산과 암호화폐를 아우르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 투자 그리드’ 구축을 선언했다.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고 야심찬 것”이라며 “전통적, 대체적, 암호화폐 자산을 아우르는 그룹의 모든 투자 자산을 토큰화하여 전 세계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디지털 자산 투자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에게 이번 코빗 인수는 그 비전의 첫 구체적 실행이다. 앞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면 발행과 판매, 커스터디(수탁) 인프라를 그룹 내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직 통합 구조를 미리 완성해 두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홍콩 법인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2026년 6월 주식·채권·디지털자산 통합 거래 시스템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코빗 인수 발표 직후, 코빗의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폭증하며 3위 코인원을 잠시 넘어서는 등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인수 구조에 따른 변수는 남아있다. 인수 주체인 미래에셋컨설팅이 비금융 계열사인 탓에 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코빗 이사회 구성 변경 신고가 수리되면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공정위라는 관문은 아직 남아있다. 

또한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만큼, 92%가 넘는 현재의 지분 구조가 향후 조정될 가능성을 아직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박 회장의 주도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마이다스의 손’ 박 회장의 또 다른 성공작이 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스페이스X’ 투자로 대규모 잭팟을 터트린 만큼 박 회장의 특유의 투자 ‘선구안’이 이번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다시 한 번 증명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전통파' 삼성은 압도적 1위 업비트에 거금 투입했다, 계열사 연합군 전술

삼성의 선택은 앞선 두 회사와 정반대다. 지분율은 가장 적게 가져가면서도 돈은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을 택했다. 경쟁사들과 체급 자체가 다른 국내 압도적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 3사는 공동으로 두나무 지분 4%를 취득하기로 하고 6128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했다.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등도 연달아 두나무 지분 투자에 뛰어들었다. 

금융권으로 향한 지분의 매도자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 카카오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살피면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의 핵심 주도권이 기존 빅테크 플랫폼 진영에서 전통 금융·IT 진영으로 이동하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삼성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두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두나무는 앞의 두 거래소와 다르게 55.8%라는 압도적 영업이익률, 5월29일 거래대금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65.43%라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가상자산 거래 역시 철저한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을 고려할 때, 승자독식 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1위 플랫폼의 지위를 사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계열사 간의 역할 분담도 체계적이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STO)의 발행과 유통을 맡고, 삼성SDS는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며, 삼성카드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결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리스크를 철저히 분산하면서도 각 계열사의 전문 영역을 이어붙이는, 대기업 특유의 매우 전통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복수의 옵션을 확보했고, 박현주 회장은 독자적 생태계를 꿈꾸고 있으며, 삼성은 검증된 1위에 큰 비용을 치렀다”며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결합의 판도는 결국 각자의 비전과 실행력에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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