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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이 개시 90분을 앞두고 극적으로 멈춰섰다. 100조 원대 손실 우려까지 낳았던 노사 사이 파국 국면에서 노사는 상한선 폐지, 부문 및 사업부별 성과급 분배율 등 핵심 쟁점에서 한 발씩 물러서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최악은 피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가 접점을 찾은 것은 맞지만 갈등의 불씨를 진화했다기보다는 덮어둔 모양새에 가깝기 때문이다.

당장 넘어야 할 관문으로는 조합원 찬반투표가 있고 그 너머에는 누적된 노사 불신, 그리고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 및 사업부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노노 갈등'이라는 더 무거운 숙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총파업 봉합' 후유증 : 강경 메시지 공방으로 노사 신뢰 금 갔고, DS·DX 노노 분열은 파업 버금가는 리스크
(왼쪽부터)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잠정합의안을 두고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과반참여에 과반찬성을 통과기준으로 하는 투표를 진행한다. 찬성으로 결과가 나오면 올해 총파업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5개월 넘게 지속됐던 노사 갈등을 두고 당장 첫 번째 문턱으로는 이 찬반투표가 남아 있다. 잠정합의안 마련으로 파업이 유보된 것이지 쟁의권 자체가 소멸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 총파업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는 셈이다.

핵심은 노조가 양보한 지점들을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다.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DS부문 70%, 각 사업부 30% 배분을 요구했지만 합의안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사측 안에 가깝게 마무리됐다.

특히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합의안에는 이 사업부들의 공통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조항이 담겼는데 해당 사업부 직원만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조합원이 반대표를 집중적으로 행사하면 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공지문의 댓글을 보면 잠정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로 추정되는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부결'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합의안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투표 결과는 끝까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잠정합의안이 마련됐지만 더 깊은 균열은 내부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사 사이 신뢰 훼손과 노노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 합의로도 봉합되지 않은 채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사 신뢰 문제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온전히 드러났었다. 또 협상 테이블 밖에서도 신경전이 이어졌는데 사측이 협상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을 향해 직접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마지막 사후조정이 결렬된 직후 입장문에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을 재확인하며 '적자사업부'에 관한 보상 요구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이에 자신들을 적자사업부로 낙인 찍고 평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이유로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에서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불신의 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라왔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기업이었고 직원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구조 속에 놓여 불만이 쌓여온 것이다.

그 사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사업부의 직원들이 쪼그라드는 성과급을 받는 동안 임원들은 별도 보상 체계로 상당한 수준의 보수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누적된 불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 측은 사측이 여론을 의식한 듯 경제적 피해규모를 앞세운 대외 메시지를 냈다고 주장하며, 사측은 노조 측이 물러서지 않고 무리한 수준의 요구를 지속했다고 보며 대립의 골이 깊어졌음이 확인됐다. 올해와 같은 첨예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전날 잠정합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겸허한 자세로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노 갈등 역시 이번 협상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가전·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협상 진행 과정에서 사실상 자신들과 무관한 싸움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반도체 성과급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섭 구조에 피로감과 무관심이 동시에 쌓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1만4천여 명이던 초기업노조 내 DX부문 조합원이 2달여 사이 6천 명 이상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DX부문 조합원 일부는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를 구성해 15일 수원지방법원에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DS부문 중심의 교섭 구조에서 DX부문 의견이 원천 배제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잠정합의안 마련 뒤에는 DX부문 직원들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다른 노조에 이른바 '가입러쉬'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투표 명부의 기준 시점인 이날 오후 2시 이전까지 노조에 가입해 '부결'에 표를 던지기 위해서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이 균열이 봉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DS부문, 특히 메모리사업부로 실적이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사업부 및 부문 사이 보상 체감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을 어떻게 마무리하든 직원들 사이 갈등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직원의 내부 갈등은 사측에서도 그리 반갑지 않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노노 분열이 고착화할수록 삼성전자가 매년 치러야 할 협상 비용도 불어날 수 있고 내부 결속력 약화는 결국 시너지 저하로 이어져 파업보다 더 큰 리스크로 지목되기도 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위원장은 이날 '잠정합의안 투표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를 끝까지 요구했다"며 "소수의 인원으로 노력했지만 합의안이 조합원 여러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투표 결과를 초기업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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