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치'를 강조해 온 거대 양당이지만 광역단체장 공천 결과는 여전히 남성 중심 정치의 벽을 보여줬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왼쪽),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연합뉴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16명의 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를 단 1명만 공천했다. 여성 정치 참여는 늘고 있지만 공천 구조에서는 여전히 성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단체장 공천 결과는 여전히 뿌리 깊은 성별 불균형과 견고한 유리천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어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를 꼽으면서 "광역단체장의 경우 민주당 16명의 후보 중 여성 후보는 단 1명(6.25%)"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역시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여성은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 1명뿐이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 뒤 지금까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이 당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는 18명으로 민주당 후보 221명 중 8.14% 불과하다"며 "여성 비율이 10%의 벽도 채 넘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서울 1명, 경기 3명, 인천 1명 등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여성 공천은 매우 부진했다"며 "특히 서울은 지난 선거에서 2명의 여성 구청장이 당선된 곳으로 이번 선거에서 한 명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서울의 여성 대표성은 퇴행을 면치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를 확인한 결과, 국민의힘의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 역시 서울 1명, 경기 3명, 인천 1명에 그치는 등 수도권 지역에서 여성 공천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기초단체장은 지방행정의 핵심 권력"이라며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정치영역의 성별 불균형은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불평들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어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전략공천 등 정당의 적극적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냥 놔둔 채, '경선'만이 '공정'이라며 개인의 경쟁력을 운운하는 것은 성평등 책무로부터 도망치는 무책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지방의원 후보를 추천할 경우 후보자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역구 지방의원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여성 후보 1명 이상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는 별도의 여성 할당 규정이 없다. 이처럼 제도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성별 균형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선출직 권력 구조에서는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정치 구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25년 여성 의회 진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49개국이 62개 의회에 대한 총선을 실시했지만, 선출되거나 임명된 여성의 비율은 29.5%에 불과했다. 현재와 같은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세계가 의회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약 7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