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기반인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판이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관영 후보가 현직 지사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관영 후보가 높은 지지를 얻고 있어 민주당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김관영 무소속 전북도지사 예비후보가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 무소속 후보 지지세가 견고한 이면에는 이원택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 경선 과정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북도지사 선거가 민주당의 '공천 심판론'으로 비화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지도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만큼 위협적이다. 조원씨앤아이가 12일 발표한 차기 전북도지사 지지도 조사에서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43.2%로 1위를 차지했고 이원택 민주당 후보는 39.7%를 기록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지만 김 후보가 '현금살포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뒤 나온 첫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후보는 지난해 청년 당원 등에게 현금을 건넨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며 당에서 전격 제명되는 등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역에서는 민주당 공천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 동정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와 유사한 식사비 대납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던 이원택 후보는 경선 기회를 얻은 반면 김 후보는 제대로 된 소명 기회조차 없이 퇴출당했다는 인식이 지지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를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로 규정하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친소관계로 공천에 불이익을 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는 12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후보와 접전 양상을 두고 "도민들 입장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불편한 일이 생겼는데 그것이 동정론으로 작용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제명된 뒤 이 후보와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경쟁했는데 경선이 끝난 뒤 안 의원이 단식 농성까지 벌였을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김 후보 쪽은 이를 두고 "정청래 지도부가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당 지도부를 향한 지지자들의 직접적 항의로 이어졌다. 정 대표가 지난 12일에 참석한 전남·광주·전북 공천자대회 행사장 앞에서는 일부 시위자들이 “정청래는 즉각 사죄하고 사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김 후보 제명 및 호남 공천 문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3일 전북 김제시 새만금33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새만금 비전 현장간담회에서 이원택 전북자치도지사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에 대해 냉담한 시각이 우세하다. 돈을 건네는 모습이 영상으로 명확히 확인된 김 후보를 경선에 정상적으로 참여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의 행위는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며 "후보로 인정했다면 국민의힘의 공격은 상상 초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제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김 후보의 영상을 보고도 지도부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김 후보가 그것을 빌미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전북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기류를 감지한 듯 이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전북 익산시가 지역구인 한병도 원내대표가 직접 지역에 내려가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선된 뒤 민주당에 복당하겠단 뜻을 밝힌 김 후보를 향해 '복당 영구불허 대상자'라 못박았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정청래 대표의 ‘공천 관리 리더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 도전에도 커다란 악재가 될 전망이다.
김유정 전 민주당 의원은 12일 JTBC 뉴스에서 "전북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전당대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며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인데 선거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민주당 후보인 이원택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야만 전북 지역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유권자들을 설득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된 질문에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가 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착실하게 전북 발전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원택 후보가 당선 되는 것이 전북 발전과 새만금 발전에 훨씬 더 좋은 거라는 걸 낮은 자세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뉴스1 전북취재본부의 의뢰로 지난 9일과 10일 전북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