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성적표의 주인공은 단연 데이터센터였다. 성장 정체기를 지나는 통신 시장이 고만고만한 매출 지표를 보여줄 때 데이터센터 홀로 극명한 성장세를 드러내며 약진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통신3사의 희비도 극적으로 갈랐다. 데이터센터 시장 지위 1위인 KT의 매출 증가폭이 1%에 미치지 못했던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1위 KT를 맹렬히 추격해온 것이다.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으로선 경쟁사들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격적 투자 기조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30년 가까이 KT에 몸담은 박 사장은 KT 내 대표적 'B2B(기업간거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전략을 세워본 경험도 있어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시장 지위 1위인 KT의 매출 증가폭이 1%에 미치지 못했던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KT를 맹렬히 추격해왔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매출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가운데 KT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는 데이터센터 1위 사업자로 알려져 있다. 통신3사가 보유한 데이터센터는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순으로 규모가 크며 각각 164MW(메가와트), 143MW, 137MW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12일 열린 2026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최다·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매출 성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KT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KT클라우드의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5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3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두 자릿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통신3사 가운데 가장 큰 잠재력을 드러냈다.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매출은 13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3% 성장했다.
이에 관해 박종석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6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DC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당사의 사업에도 새로운 기회 열리고 있다"며 "울산 AI DC 구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 지역 등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이 AI DC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져가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99%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AI DC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진짜 AI DC라고 할 수 있는 울산 DC와 구로 DC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의 가파른 매출액 증가가 눈에 띈다"고 짚었다.
LG유플러스도 사업 부문별 매출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데이터센터였다.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LG유플러스 AI DC 매출은 11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0% 증가했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AI사업담당은 콘퍼런스콜에서 "AI DC 사업은 기존 상면 임대(코로케이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사업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대형 고객 중심으로 AI DC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각각 89.3%, 31.0%의 매출 성장을 보여준 뒤라,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KT의 정체된 데이터센터 매출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봉균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은 2026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AI DC 확대 계획에 대한 질문에 "향후 5년 내 클라우드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을 500MW(메가와트) 이상 규모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T클라우드의 연간 매출 성장 전망에 대해서 "지난해의 성장 추이와 동일하게 올해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KT 데이터센터 성장 속도에 대해 증권업계서는 보수적 전망이 나온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T가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 목표를 달성하고 매출 성장이 확인되면 KT를 재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성과가 수치로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이 주주환원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요인"이라며 "추후 신임 최고경영책임자(CEO)의 경영전략과 소통 성과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