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이 2024년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고 밸류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주주들의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밸류업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회사 김민덕 대표이사 사장 역시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2025년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행현황’을 최근 공시했다.
2025년 연말을 기준으로 2024년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어디까지 실천했는가를 중간 점검한 것이다.
한섬은 2024년 11월 2024~2027년 4개년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한섬은 2027년까지 △PBR(주가순자산비율) 0.5배 △ROE 6% △4개년 누적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제시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PBR 0.7배, ROE 9% 이상 달성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현재 공개된 실적과 이번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2025년 말 기준 한섬의 PBR은 0.24배, ROE는 3.25%에 그친다. 이는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PER(주가순이익비율)은 7.76배를 기록했다.
다만 2024~2025년 누적 주주환원금액(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한 금액)은 543억 원으로, 2년 누적 주주환원율 60.1%를 기록했다. 이는 목표를 넘어선 숫자다.
최근 주가 상승에 따라 5월11일 기준 한섬의 PBR은 0.37배, PER은 12.16배로 올랐다. 다만 시가총액이 여전히 순자산(자기자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섬유·의류 업종PER도 20배가 넘기 때문에(에프앤가이드 와이즈리포트 기준) 여전히 주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섬이 목표치인 PBR 0.5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PER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3.25%인 ROE를 최소 4.11%로 높여야 한다. 또 다른 목표치인 ROE 6%를 달성하게 되면 현재 PER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PBR(ROE×PER)을 0.73배까지 높일 수 있다.
요컨대 한섬이 목표했던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ROE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ROE는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므로, ROE를 높이려면 주주환원을 늘려 분모를 줄이거나 순이익을 늘려 분자를 키워야 한다.
즉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면서 사업의 수익성을 증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자체 브랜드 글로벌 확대, 해외 브랜드 안착 노력
김민덕 사장 역시 이번 공시 자료에서 △주주환원 확대 △매출 성장 기반의 수익력 강화 등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배당재원 기준을 상향하고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수익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섬 브랜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외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등의 전략을 내놓았다.
우선 주주환원 확대와 관련해서 김 사장은 올해 2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면서 주주환원금액을 늘리고 상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는 조치를 이행한 바 있다. 배당의 경우 최근 4년간 배당금을 올리지 않은 채 주당 750원의 결산배당을 지급했으나, 올해 실적 기준 결산배당금은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 상승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에서 김 사장은 자체 대표 브랜드인 ‘타임’과 ‘시스템’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타임과 시스템은 해외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예컨대 타임의 경우 2024년 2월부터 파리 패션위크에 5회 연속 참가하면서 올해 2월에는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한섬은 타임의 공식 캘린더 등재를 위해 2020년 타임 사업부 내 글로벌 컬렉션 전용 디자인실을 별도로 신설하고 2024년부터는 파리패션위크 기간 해외 바이어 및 패션 전문가 들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오프 캘린더 프레젠테이션’(공식 일정 외에 진행되는 브랜드 홍보)을 진행하는 등 수년간 공을 들여 왔다.
한섬은 연내 파리에 타임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시스템은 파리 대표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에서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1년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12개의 해외 브랜드를 새로 들여와 국내에 출시하고, 이들 브랜드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통화에서 “신규 해외 브랜드가 모두 잘 정착하고 있다”면서 “특히 아워레가시, 성수동 편집숍 키스 서울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지난해 들여온 닐리로탄과 텐씨 역시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온라인 쇼핑몰 더한섬닷컴에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보완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또 타임 서울(2025년 11월 오픈), 더한섬하우스 서울(2026년 2월 오픈) 등 패션과 식음료(F&B),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 백화점 매출 성장세 한섬에 유리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섬의 실적 향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 올해 들어 백화점 소비 확대로 백화점 매출이 성장세인 가운데, 한섬 자체 브랜드의 백화점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든다.
업계에 따르면 타임, 시스템, 마인 등 한섬 자체 브랜드의 국내 매출 상위 20개 백화점 점포 입점률은 86.7%에 달하며, 한섬 매출 중 백화점 매출 비중도 60%에 이른다. 특히 한섬은 현대백화점 계열사로서 백화점은 물론 아울렛과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한섬이 장기 재고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 최근 수년간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를 상당히 절감해 온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그동안 쌓였던 재고가 소진되며 매출과 매출총이익률이 함께 상승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김민덕 사장은 앞으로도 타임과 시스템 등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신규 수입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본업인 패션 사업과 더한섬닷컴 등 온라인 플랫폼, 라이프스타일 부문 등의 시너지 창출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