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최근 2009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에게 평생 담배를 살 수 없게 하는 '비흡연 세대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 나이로 17살 이하 영국민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데, 법적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영국의 비흡연 세대법은 개인의 자기결정권 침해와 세대 간 형평성 훼손, 대안의 존재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담배값에 포함된 세금과 부담금을 납부하는 흡연자들에게 '당신의 선택권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가까워 보인다.
영국의 '비흡연 세대법'이 의회에서 처리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AI 이미지.
영국 상원과 하원이 합의한 '비흡연 세대법'의 핵심은 단순하다. 2009년생은 성인이 되는 2027년부터 18세가 되어도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반 판매자에게는 최대 200파운드(한화 약 4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이 기준선 바로 위에 위치한 2008년생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담배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더인디펜던트가 실시한 독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제기한 반복적 우려 사항도 '세대간 불평등'이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이번 조치가 개인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재한한다고 답변했다. 지지하는 나머지 60% 가운데 4분의 1은 실제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밀수와 암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비흡연 세대법을 두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담배를 완전히 금지하든지, 아니면 누구에게나 허용해야지, 태어난 연도로 권리를 구분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리즈 트러스 전 보수당 대표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이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을 선택할 자유는 성인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초적 권리라는 측면에서, 출생연도에 따라 그 권리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예방'이 아니라 '차별'에 가까워 보인다.
건강에 해로운 제품이 담배에 국한되지 않고, 술을 비롯한 다른 제품도 있다는 점도 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형평성 측면에서 고려했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모두 흡연자들이 담배를 살 때마다 건강관련 부담금을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사실이다. 흡연자들이 부담금을 통해 이미 의료비용을 사전 분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할 건강부담금 문제를 일정세대 이후의 개인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규제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것도 영국의 제도입안 과정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세대 차단형 금지'보다는 공공장소 흡연규제 강화, 광고금지, 가격정책 등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2015년 4500원 이상으로 담배값을 올린 뒤 흡연율이 뚜렷하게 하락한 사례가 있다. 또한 금연교육 강화와 금연 치료지원 확대 등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영국은 국가가 세대를 가로질러 구분선을 긋는 극단적 방식보다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예방정책에 집중했어야 했다.
물론 영국의 비흡연 세대법은 선한 목적을 갖고 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선한 목적이 모든 강제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목적이 선하려면 수단과 과정도 선해야 한다. 출생연도를 이유로 '권리'를 박탈할 순 없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표는 공유해야 하지만, 그 수단은 자유와 평등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