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문화 양식이나 기존 작품의 요소를 차용하는 일이 흔하다. 이는 창작 과정에서 필연적이고 또한 기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특정 종교를 자극하며 논란을 낳기도 한다. 특히 기독교적 상징을 변형하거나 반기독교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를 활용한 경우, 일부에서는 강한 반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악동 뮤지션의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 및 상징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탄 숭배'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AKMU'
해외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 가수 '도자 캣', 가수 '샘 스미스' 등 아티스트들이 종교적 상징과 파격적인 이미지를 결합한 퍼포먼스로 논쟁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내 대중음악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탄 숭배'와 같은 극단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3일 허프포스트는 극단적 해석으로 논란이 벌어진 대표적 사례를 살펴봤다.
악동 뮤지션
악동 뮤지션의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캡쳐. ⓒ유튜브 채널 'AKMU'
2인조 남매 그룹 악동뮤지션이 2026년 4월7일 발매한 정규 4집 '개화'의 선공개곡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를 두고 일부 기독교 유튜버들이 '사탄 숭배'와 '인신 공양' 의혹이 제기고 있다.
유튜버 '책 읽는 사자'와 '하나님의얼굴을구하는교회'(김영현 전도사) 등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특정 장면과 소품 배치를 근거로 이를 '이교적 낙원', '인신 공양', '죽음의 영'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나아가 일부는 뮤직비디오 속 해당 연출과 의상이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수십 명을 상대로 성착취를 자행한 대형 성범죄 '엡스타인 사건' 속 벌어진 '성(性) 제사'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도사는 "기독교인이라고 다 진짜가 아니다"며 "악뮤 부모님, 원래 유명한 선교사가 아니었는데, 악뮤로 인해 엄청 유명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명해지니까 선교단체를 만들었는데, 기독교 종교재단인 '한빛누리'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한빛누리는 좌파 중 좌파, 거의 종북좌파"라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또한 "거기서부터 훈련받고 자란 아이들이 기독교 친화적인, 복음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가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는 단어와 낙원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적 그리스도적인 메시지가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밝은 대낮을 배경으로 한 연출은 사이비 종교와 인신공양을 다룬 영화 '미드소마'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교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선을 긋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한 목사는 해당 작품을 두고 "인간 내면과 사회적 소문, 그리고 낙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물"로 평가했다. 음모론적 해석이 예술가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2026년 3월21일 열렸던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이와 유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눈, 피라미드 등의 상징과 공연 연출, 노래 가사 등을 근거로 사탄 의식과 연결 짓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피, 땀, 눈물'의 가사인 "내 피 땀 눈물 다 가져가"를 두고,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그림자 정부'인 '일루미나티'에 헌정한 표현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해석은 작품의 상징성과 메시지를 특정 음모론적 서사에 끼워 맞춘 사례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2026년 3월21일 광화문에서 열린 '아리랑(ARIRANG)' 컴백 공연이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에서는 붉은 조명과 무대 연출을 두고 '사탄 의식' 또는 '영혼을 바치는 집단 행사'라고 주장했고, 해당 내용은 엑스(X, 옛 트위터)에서 1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졌다. 더 나아가 공연 하루 전인 3월20일 발생해 사망자 14명, 부상자 60명 등 총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건'과 공연을 연결 짓는 2차 가해성 주장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한층 확산됐다.
2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개신교 계열 유튜브 채널 'FTNER'은 이를 두고 "대전에서 안전공업 화재로 참사가 난 것이 말이 안 된다"며 "BTS가 인신제사를 드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 및 허위 사실 유포 가능성을 경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블랙핑크
힌두교 신 가네샤의 모습이 있는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비. ⓒ유튜브 채널 'BLACKPINK'
그룹 '블랙핑크' 또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사탄 숭배 의혹에 휩싸였다. 노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들의 검은 날개와 특정 상징들이 이교도 숭배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제기됐고, 노래 'Ice Cream'에서의 뮤비 장면의 별모양을 마법진, 숫자 숫자나 제스처(손가락)를 '짐승의 수'인 666으로 연결 등을 근거로 오컬트적 의미가 담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별개로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힌두교 신 가네샤 이미지를 차용하 것이 논란이 되며 인도 현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장면을 신속히 수정했으나, 이교도 및 사이비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이 또한 과도한 해석으로 전반적으로 팬덤과 주류 여론은 이러한 주장을 음모론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