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이 2027년 상장을 목표로 비상장 자회사 차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금지 방침에 따라 암초를 만났다.
그럼에도 차원태 차바이오텍 대표이사 부회장은 차헬스케어 지분율 축소를 통해 지배력을 줄이면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차원태 차바이오텍 대표이사 부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최근 회사가 보유한 차헬스케어 주식 769만2308주를 2천억 원에 피움인베스트먼트(피움AI 퓨처 헬스케어 조합)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거래는 6월30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처분 후 차바이오텍의 지분율은 49.13%(1158만7750주)로 줄어든다. 2025년 말 기준 차바이오텍의 지분율은 75.62%였다.
이번 매각의 목적에 대해 차바이오텍 쪽은 “종속회사 차헬스케어의 신규 투자자 유치를 통해 투자자 구조를 재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차헬스케어 지분율을 낮춰 중복상장 논란을 줄이는 동시에, 차헬스케어 투자자 구조를 다변화해 IPO 지연에 따른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분 매각은 차헬스케어의 IPO와 관련해 진퇴양난의 위치에 놓여있는 차바이오텍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 8월 FI 풋옵션 다가오는데 중복상장 이슈 터져
차헬스케어는 2013년 차바이오텍에서 물적분할된 업체다. 병원 경영지원과 해외 병원 운영, 병원 개발과 투자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 차병원을 비롯해 7개 나라에서 90여 개 병원과 의료시설을 운영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2017년부터 차헬스케어의 IPO를 추진하면서 여러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에는 IPO를 조건으로 하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설정됐다.
예컨대 2017년 미래에셋PE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오딘제7차유한회사에 차헬스케어 전환우선주 550만 주를 발행하면서 1100억 원을 유치했다. 2024년에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차바이오텍이 보유한 차헬스케어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1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오딘제7차는 투자 후 6년이 지나도록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2023년 1차 조건물량에 대한 풋옵션에서는 대신-Y2HC신기술투자조합과 IMM KIS Advance 제2호 벤처펀드 등 9개사가 물량을 인수했다. 2024년 2차 조건물량은 차바이오텍이 직접 인수했다.
차바이오텍은 1차 물량에 대해 대신-Y2HC신기술투자조합 등과 새로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기한을 다시 설정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거래종결일(2023년 8월3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2025년 8월3일) 이후 3개월마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는데, 2024년 12월 계약을 변경해 풋옵션 시작 시점을 2026년 8월로 1년 연기했다. 내부수익률(IRR) 보장도 기존 4%에서 2025년 8월3일부터 1년간 10%로 상향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발행한 EB 역시 2027년 IPO를 단행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달 피움AI 퓨처 헬스케어 조합과의 거래에도 차바이오텍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IRR 9% 조건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풋옵션 재행사 시점이 오는 8월로 다가왔고, 이후에도 차헬스케어 상장이 지연될수록 풋옵션 행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풋옵션이 행사되면 상당 물량을 차바이오텍이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기조를 세우면서 IPO에 큰 걸림돌이 생긴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차헬스케어의 상장은 모회사인 차바이오텍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중복상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차바이오텍의 지분율이 과반을 차지할 뿐 아니라 연결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2025년 차바이오텍의 연결 매출액 1조2683억 원 중 차헬스케어의 매출액(9991억 원) 비중은 78.78%에 달한다.
요컨대 차바이오텍은 FI의 풋옵션을 회피하고 IPO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해야 하지만 중복상장이라는 암초를 만난 상황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정책 결정에 따라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 차헬스케어 기업가치 높이고 지배력은 낮추는 시도
차바이오그룹 오너 3세인 차원태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이 차헬스케어의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통해 차헬스케어 IPO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차바이오텍은 “차헬스케어는 IPO 기한 내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상장 외형 요건,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경영의 안정성 등의 요건 충족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차헬스케어의 수익성이 나쁘다는 점이 문제다. 차헬스케어는 연결기준으로 최근 2년(2024~2025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2013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차헬스케어는 운영자금 상당 부분을 차바이오텍으로부터 차입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IPO의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만약 상장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기대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차 부회장은 우선적으로 차헬스케어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사업에 견줘 안정화되지 못한 국내 사업을 자리 잡게 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합병을 통해 차헬스케어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IPO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대표적으로 차헬스케어와 차케어스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차케어스는 병원과 의료시설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차헬스케어의 재무 개선과 밸류에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상장의 명분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차 부회장은 차바이오텍의 차헬스케어 지분율을 줄이고 지배력을 낮춤으로써 중복상장 논란을 제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부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매각해 최대주주의 지배력과 모회사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