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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진상 민원이 학교와 의료 등 공공 시스템을 흔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를 제어할 '절차적 방패'의 필요성을 제기한 한 정신과 교수의 지적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

'괴물 부모'들의 '진상 민원'에 소풍 취소되고 소아과 폐업 : 참다못한 정신과 교수가 '비겁한 행정'을 질타했다
아이들이 학교 소풍을 못 가서 슬퍼하고 있다(왼쪽), 동네 소아과가 폐업했다. AI 합성 이미지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가 소풍을 포기하고 동네 소아과가 진료실 문을 닫는 한국의 풍경은 단순한 '진상 민원'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이것은 발언의 비대칭이 공적 영역을 잠식하는 구조적 현상이며, 그 끝에서 가장 약한 시민들이 먼저 중요한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풍 가지 말자, 승패 가리지 말자라는 몇 명의 학부모와 부작용으로 인해 또 의사를 옷 벗기겠다는 그 몇 명의 보호자, 즉 괴물 부모와 괴물 보호자는 대부분 소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민원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으로 인해 그들의 불만 효과가 극대화될 때까지 집단 전체가 상처받아야 하는 형태의 공격에 우리가 휘청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민원의 비대칭성에 주목하며 "한 학부모의 분노는 집중적이고 즉각적이지만, 소풍을 기다리던 서른 명 아이의 실망은 분산적이고 지연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은 합리적으로 그러나 비겁하게 소수의 분노를 회피하는 쪽으로 기울고, '방어적 행정'이 그렇게 자라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공적 서비스는 점차 '고객 만족'의 언어로 재편되었고, 시민은 권리 청구자에서 서비스 소비자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사이 돌봄과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의 전문적 재량과 권위는 책임성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축소됐다"며 "보호받지 못하는 전문성은 결국 도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아청소년과의 연쇄 폐업과 교사의 업무 기피와 조기 퇴직은 그 구조적 도주의 통계적 표현"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교수는 '절차적 방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영국 NHS의 악성 민원 정책이나 일본의 학교 민원 분류 체계처럼, 반복적이고 근거 없는 민원을 공식적으로 식별·분리·종결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는 시민의 발언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발언권의 남용으로부터 발언권 그 자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돌봄의 윤리를 제도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며 "'돌보는 자는 누가 돌볼 것인가?' 교사·의사·사회복지사를 향한 폭언과 위협은 개인 간의 사적 분쟁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재규정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교권보호법,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사회복지사 보호 입법은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공공성을 떠받치는 인프라"라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돌봄 노동자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면서, 그들이 공격받을 때는 개인의 감정노동으로 처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근본적으로 '잃어버린 다수'의 목소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침묵하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소풍 가기를 원합니다'라고, 침묵하는 환자들이 '동네에 소아과가 남아있기를 원합니다'라고 집단적으로 말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정책 결정권자들을 향해서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질문이 '요즘 아이들의 소풍과 운동회를 방해하는 민원인들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나요'가 되도록 참모진들이 잘 도왔으면,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교사들의 분노를 덜 촉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 현장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이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교육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교사들과 교원 단체들은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행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라며, 실제 기소와 처벌로 이어지는 생존의 문제라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이 논란은 돌봄과 교육 현장에서 종사자들을 보호할 제도적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쟁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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