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이야기다. 취임 첫 해인 2025년에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2024년보다 감소했던 것을 두고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 지난해"라고 규정했던 만큼, 올해는 실적 개선을 통해 성장성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정 행장 임기 후반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26년 1분기에 2025년 1분기보다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우리은행이 정진완 은행장의 임기 2년차 첫 분기 성적표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쟁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한 가운데 우리은행만 순이익이 하락하며 '격차 좁히기'라는 목표 달성에 노란 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이익 감소보다 더 뼈아픈 것은 다른 시중은행들과의 '상대적 비교'다. 5개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4개의 은행들은 모두 1분기 순이익이 성장했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NH농협은행에게 분기 순이익이 역전당하며 시중은행 5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선두권인 3대 은행(신한, 하나, KB)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다.
지난해 1분기 3대 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이익 격차는 신한은행과 4950억 원, 하나은행과 3598억 원, KB국민은행과 3933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이 격차가 각각 6259억 원, 5730억 원, 5698억 원으로 벌어졌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전체 순이익이 5312억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3대 은행과의 이익 격차가 우리은행이 벌어들인 1분기 순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벌어진 셈이다.
◆ 국책은행보다 큰 이익 감소폭, 일회성 비용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표
심지어 올해 1분기 나란히 순이익이 감소한 기업은행(-7.5%)과 비교해도 우리은행의 하락폭이 더 컸다.
두 회사의 순이익 격차는 지난해 1분기 181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222억 원으로 더 벌어졌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순이익 증감이 단순히 경영활동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에 따라 변동한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보다도 이익 감소폭이 컸던 것이다.
우리은행은 1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일회성 비용을 꼽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은행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됐고, 인도네시아 법인인 소다라은행에서 1380억 원의 일회성 충당금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은행 역시 이번 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고, KB국민은행도 홍콩 ELS 관련 과징금을 충당금으로 반영했지만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1.2%, 7.3% 증가했다는 것을 살피면 여전히 우리은행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우리은행의 일회성 비용 규모가 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보다 다소 크긴 했지만, 이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시중은행 최하위로 밀려난 성적을 온전히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 '숫자'로 증명해야 할 정진완, 연임 및 차기 회장 경쟁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이러한 1분기 성적표는 정진완 행장의 향후 거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논의 당시 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그룹 내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다. 올해 우리은행의 성적이 정 행장의 차기 행보에 크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영능력을 단순히 단기 실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한 시중은행이라는 것을 살피면, 정 행장이 올해 순이익 성장과 더불어 경쟁사와의 격차 축소라는 과제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경영능력을 '숫자'로 증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임종룡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차기 회장 경쟁 구도까지는 일단 시간이 남아있지만, 당장 올해 말로 다가온 정 행장 본인의 연임 구도에서도 올해 실적은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 순이익 감소 속 '자본적정성'은 개선됐다,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CET1 비율 상승
물론 이번 1분기 성적표에서 아쉬운 숫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핵심 자본적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 부문에서는 오히려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CET1 비율은 14.9%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1.4%포인트 개선됐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 가운데 지난해 1분기보다 CET1 비율이 오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CET1 비율은 총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 보통주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경제적 위기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회사가 자체적으로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이른바 '기초체력' 지표에 해당한다.
비록 순이익 규모는 감소했지만, 기업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지표가 호전된 셈이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CET1 비율은 16.47%에서 16.24%로, KB국민은행은 14.91%에서 14.88%로, 신한은행은 14.94%에서 14.37%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