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사의를 표명하고 등판하면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대진표가 비로소 짜여졌다. 무소속 후보으로 '배수진'을 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회 입성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오른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식에서 민주당의 상징 '파란 점퍼'를 전달받아 입은 뒤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식에서 "첫 AI 수석으로 국가 AI 전략 수립의 소임을 마치고 더 큰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부산으로 간다"며 "꽉 찬 49세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부산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리지만 그게 제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내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한 전재수 의원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하 수석의 출마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이날 인재영입식에서 "하 수석은 제가 삼고초려를 넘어 ‘삼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모셔 오고 싶었던 인재"라며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하 전 수석의 가세로 부산 북구갑은 '하정우(민주당)-박민식(국민의힘)-한동훈(무소속)' 3자 구도가 형성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산 북구갑 '무공천' 주장이 나오면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의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의 국회 입성을 막으려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일찌감치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 전 장관이나 다른 인물이라도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하 전 수석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이며 '1강-2중'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27일 발표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가상대결 조사에서 하 전 수석이 35.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 전 대표 28.5%, 박 전 장관 26.0%로 조사됐다. 특히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적극 투표층'에서 하 전 수석이 44.3%의 지지를 얻어 한 전 대표(24.8%)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더 높았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 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6일 부산 북구 구포초등학교에서 열린 동문회 운동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정우 대 보수 후보 2명'이라는 구도를 고려할 때 한 전 대표나 국민의힘 후보가 하 수석을 꺾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한 전 대표(28.5%)와 박 전 장관(26.0%)의 지지도를 합하면 50%대 중반에 이르러 하 전 수석과 팽팽한 1:1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하 전 수석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등판하기 전부터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박 전 장관 지지도과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한 전 대표에게 큰 무담이 된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를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데 혹시라도 3등으로 낙선하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서 "한동훈 전 대표나 국민의힘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 하정우 전 수석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민주당에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 단일화 요구 역시 많이 분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28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1강 2중인 경우에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이면 단일화 압박이 굉장이 거세진다"라며 "현재 구도가 비슷하게 이어지면 보수 후보 단일화는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다만 한 전 대표와 박 전 장관 모두 지금까지는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 전 장관은 선거 막판에 한 전 대표와 단일화를 하지 않겠냐는 의구심을 떨쳐내려는 듯 단일화와 관련해 한 전 대표 측을 공격하며 더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 전 장관은 28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단일화 가능성은 1도 없다.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야말로 정치인들의 정치 공학적 셈법일 뿐"이라며 "한 전 대표의 측근들이 계속 단일화, 단일화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이유는 뻔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3파전으로 되면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한 전 대표도 "바람 앞에서 정치공학을 먼저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그런 정치공학은 보수 재건이라는 큰 바람 그리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큰 열망 앞에 종속 변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입장에서 또다른 문제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부산·울산·경남, 보수층에서도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출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적지 않은 탓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관한 인식을 물은 결과 보수층에서 '안 좋게 본다'는 응답이 48%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안 좋게 본다'가 56%로 '좋게 본다'(24%)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안 좋게 본다'(41%)와 '좋게 본다'(38%)가 오차범위 안으로 비슷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 압박이 있을 수는 있는데 실제로 단일화가 (지지도의) 산술적 결합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화학적인 충돌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100% 단일화 효과를 이루지 못하는 부분들, 이것이 보수층에서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과제"라며 "(소위) '안티 한동훈'이라는 소신을 갖고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도 한 전 대표에게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인용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4일과 25일 만 18세 이상 부산 북구갑 선거구 거주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통신3사 제공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