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물색하는 가운데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성과를 가시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숙제를 풀어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에서 카메라 모듈 사업의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장점과 함께 편중된 사업구조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기판 사업이 안정성을 높여줄 구원투수인 셈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LG이노텍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사업은 4년 만에 사정권에 들어온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기계적으로 지지하는 회로 연결용 부품으로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사용된다. 이 가운데 FC-BGA는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용 칩셋 등에서 고집적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고밀도 회로 기판이다.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보다 면적과 층수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두뇌 역할을 하는 칩과 몸통인 메인보드 사이에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전달하게 만들어주는 도로라고 볼 수 있다.
인텔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5년 54억2천만 달러(약 8조 원)에서 2032년 95억4800만 달러(약 14조2천억 원)로 연평균 10.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서치앤마켓츠에서도 2025년부터 2031년까지 글로벌 FC-BGA 시장이 매년 9.8%씩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FC-BGA 시장의 성장이 가팔라지고 있으며 반도체에 꼭 필요한 부품인 만큼 다방면에서 추가 사업 기회도 열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텔마켓리서치는 지난달 말 FC-BGA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 컴퓨팅솔루션에 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자동차 및 항공우주 분야의 성장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항공 전자시스템 도입이 늘어나는 것도 상당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FC-BGA 시장의 밝은 전망은 문혁수 사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를 촉진할 배경으로 꼽힌다.
문 사장은 2024년 임기 초부터 반도체 기판 사업을 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 왔다. 특히 AI 시대와 맞물려 FC-BGA를 기판 사업 가운데 대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문 사장은 최근에도 추가 투자를 예고하며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와 함께 FC-BGA를 더해 반도체 기판 사업을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문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에 하고 있는 RF-SiP를 포함해 유리섬유가 들어가는 반도체 기판은 '풀가동'이 임박한 상황이고, 서버 등에 들어가는 FC-BGA 등은 내년 하반기 정도 생산능력 확대가 예상된다"며 FC-BGA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2배 정도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FC-BGA를 포함한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가동률은 2023년 63.2%에서 2024년 75.6%, 2025년 80.8%로 높아졌다.
문 사장이 소개한 목표에 최근 LG이노텍의 실적 추이를 고려하면 오랜 과제로 꼽혔던 카메라 모듈 부문의 높은 실적 비중, 구체적으로 보면 매출 기준으로 80%에 이르는 높은 애플 의존도를 낮출 무기로 기판 사업이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 사장은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5년 안에 현재 주력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등) 부문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 사장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애플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출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특히 외형보다도 고부가 특성에 맞춰 수익성 측면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 7.5%로 광학솔루션 부문의 2.6%를 크게 웃돌았다. 또 지난해 광학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과 비교해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82.1% 늘리는 데 성공했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에도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영업이익 400억 원 초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0% 이상 뛴 성과다.
LG이노텍에 따르면 1분기에 RF-SiP, FC-BGA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또 PC 칩셋용 FC-BGA를 넘어 개발을 완료한 CPU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이 최근 영업이익 2953억 원의 1분기 호실적을 시장에 공개한 뒤 연간으로는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LG이노텍 영업이익은 2023년 8308억 원에서 지난해 6650억 원까지 2년 연속으로 후퇴했다. 문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뒤 영업이익 확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올해 들어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LG이노텍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2022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는 것이다.
특히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LG이노텍 전체 영업이익에서 패키지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0.0%, 지난해 19.4%로 크게 높아졌다. 증권업계 예측을 종합하면 올해는 이 수치가 20% 초반대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의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2026년 연간 기준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과거 광학솔루션 중심에서 현재 반도체 기판이 안정적 이익창출원으로 자리 잡으며 사업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이노텍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패키지솔루션 부문을 놓고 "반도체 호황을 맞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비수기임에도 RF-SiP 등 공급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FC-BGA도 시장 수요에 발맞춘 AI·서버용 하이엔드 제품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