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 김건희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이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에개 징역 4년에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신종오 재판장)은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 추징금 2094만 원을 선고했다. 또 김씨가 받은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배우자에게도 대통령 못지 않은 청령섬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버렸고, 이로 인해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혐의별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 알선수재 혐의는 전부 유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김씨가 시세조종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계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권모씨는 김모씨, 블랙펄 등 시세조종 세력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고 피고인(김건희)은 권모씨 권유로 시세조종을 주도한 블랙펄 측에 합계 20억원의 자금이 든 이 사건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위탁해 시세조종 행위에 사용하게 하고 그 수익을 6:4로 나눴다"며 "김모씨와 블랙펄 측이 실시간으로 지정한 시점에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18만주를 매도하면서 그 중 적어도 관련 판결에서 유죄가 인정된 13만9383주를 통정매매 방식으로 블랙펄에 넘겨줘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짚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는데 명태균씨가 진행했던 여론조사는 특별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으로 봤다. 강혜경씨 등의 주관적 진술만으로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피고인 부부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서 기인한 미래한국연구소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부부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결론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니투데이는 미래한국연구소와 공동으로 2021년 4월18일경부터 2021년 7월3일경까지 11차례에 걸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해 공표했고 위 기간동안 제작된 여론조사 보고서 제목은 정례조사 결과보고서다"라며 "명태균은 이와같이 여론조사 계획이 이미 수립돼 여론조사가 진행중이던 2021년 6월16일 조모, 김모씨와 함께 한모씨를 만났고 한모씨를 통해 피고인을 만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한 채 알선 명목으로 가방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소속 교회, 학교나 기업 등 산하단체를 동원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데다 가방을 전달한 윤모씨와 통화를 통해 자신이 비밀리에 사용하는 번호를 알려준 점을 고려할 때 청탁을 염두에 뒀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22년 4월 7일경 전모씨를 통해 윤모씨로부터 고가의 가방 등을 전달받을 당시 그 청탁이 곧바로 명시적으로,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전제로 이미 윤 모 씨에게 통일교의 사업을 위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부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묵시적인 청탁 의사가 존재함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