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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공정수당’이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운을 뗐고, 2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허프 생각] '비정규직 공정수당', 기업에 '비정규직 면죄부' 되지 않도록 후속 조처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수당은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임금의 일정 비율(최대 10%)을 추가 지급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고용 유연성의 대가를 자본이 직접 지불하게 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분명 진일보한 시도다. 하지만 이 정책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비정규직 사용의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돈'으로 고용 불안을 상쇄하려 하지만 근로자가 체감하는 '불안'은 단순히 숫자로 치환 가능하지 않다. 내일이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를 잠식당하고, 장기적 생애 설계는 불가능하다. 사회보험 등 복지 체계에서 소외된다. 이는 최대 10%의 공정수당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동계가 "차별 없는 기본급 지급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이 공정수당을 더욱 환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업들은 추가 수당 지급을 통해 정규직 채용에 따른 퇴직금과 복리후생, 고용 유지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수당은 처우 개선책이 아니라, 자칫 비정규직 확대를 가속화하는 '윤활유'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 선의에 바탕을 둔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우리 사회는 목격한 바 있다.

기간제법을 도입해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하자 현장에는 ‘1년 11개월짜리 계약서’가 난무했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자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알바’가 확산됐다.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공정수당 논의에 앞서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제도적 빗장부터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직종과 사유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사유 제한'이 선행돼야 한다. 또 단순히 수당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기업에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정교한 연결고리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최초로 도입했던 공정수당이 전국 단위로 확산돼 성공하려면 이것이 결코 기업에게 '비정규직 구입 면죄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공정수당을 공약으로 내놓자 성명서를 통해 "공정수당은 비정규직이 더 받는 것이 아니라 한참 덜 받는 상태를 조금 개선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고용불안 해소 명목으로 추가 보상하는 방안도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 임금과 수당에서부터 차별 없이 지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필요한 것은 퇴직할 때 쥐어주는 소정의 보상금이 아니라, 내일도 출근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평범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다.

공정수당이 비정규직 사회를 견고하게 만드는 벽돌이 될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지는 정부의 정교한 설계와 진정성 있는 접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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