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전 세계 자원 부국들과 손잡고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의 혈맥을 잇기 위한 '금융 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황 행장은 이러한 '금융외교'가 단순히 원료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는 물론 첨단 산업의 명줄을 쥐고 있는 핵심광물 확보 문제가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열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수헤 수흐볼드 주한 몽골 대사,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 에드윈 길 멘도자 주한 필리핀 부대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미국, 베트남 등 주요 11개국 주한 외교 사절을 초청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나프타와 헬륨 등 산업 필수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실질적 금융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 전례 없는 에너지 충격과 자원 무기화, 핵심광물 확보가 곧 '생존권'
현재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해 있다. 이란과 미국의 충돌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수입 원유의 7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나라는 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발령되는 등 산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자원이 무기화되는 흐름까지 거세지며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는 현재 100일 수준인 비축량을 180일까지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7%대에 머물러 있는 핵심광물 재자원화율과 특정국에 심각하게 편중된 공급 구조는 여전히 속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 수은의 전방위 금융 지원 체계, 공급망 다변화 이끌 '가교' 역할 주목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행사에서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공급망안정화기금'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연계한 전방위적 금융 지원 체계를 소개했다.
참석한 11개국 관계자들은 각국의 광물 산업 현황을 공유하며, 수은의 정책 금융을 지렛대 삼아 상호 호혜적인 공급망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행사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익성을 보호받고 조달 다변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기연 행장은 “자원 안보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핵심광물은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적 자산”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전략적 협력국들과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가교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한 외국 대사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다져온 수출입은행은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시작으로 국제 공조를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외교의 핵심 거점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