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의 메라즈항공 특별기 몸체에 글귀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Minab168’라는 문구다. 이란전쟁 초반 미군의 오폭으로 사망한 이란 미나브 초등학생 168명을 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이르나 통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27일 올라온 이란 외교장관이 탑승한 특별기의 모습. ⓒ 이르나통신 엑스 갈무리
이란 이르나 통신은 2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이 ‘미나브 168편’을 타고 러시아로 향했다”는 글과 함께 해당 항공기 사진을 공개했다.
항공기 옆면에는 이란 국기와 나란히 ‘#미나브 168’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그 아래에는 페르시아어로 ‘미나브 학교 아이들을 기억하며’라는 글귀가 적혔다.
이 글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전쟁을 개시한 날인 2월28일 발생한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오폭사건의 희생자 어린이를 추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군은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에 있는 해당 초등학교를 군사시설로 오인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당시 수업을 받고 있던 초등학생 168명과 교사가 한꺼번에 숨졌다.
미군은 사건 초기 오폭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오폭이 맞다는 군사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오면서 현재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란 현지 매체 테헤란타임스가 9일(현지시각) 1면에 지난달 28일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학교 인근에서 숨진 어린이들의 얼굴 사진을 실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라"고 적고 있다. ⓒ 테헤란 타임스
샘 레어(Sam Lair)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오폭 사건 직후인 올해 3월 CNN과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 메흐르 뉴스가 공개한 초등학교 폭격영상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오폭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레어 연구원은 “촬영 지점이 추정 착탄 지점에서 약 250m 거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무기여야 한다”며 “폭격에 사용된 미사일의 날개가 중앙에 장착된 십자형 형태와 후방 꼬리날개 등에 비춰볼 때 미군의 토마호크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 오폭사건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란전쟁의 참혹함을 호소하고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4월9일 아버지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의 사망 40일을 맞아 내놓은 성명서에서 이란의 전쟁 승리를 선언하면서 “순교한 지도자와 피흘린 또다른 순교자들, 억압받는 동포들,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미나브의 고귀한 학교에 흩뿌려진 꽃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한편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미나브168' 문구가 새겨진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란전쟁 문제를 논의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란이 미국과 '강요된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파키스탄 중재로 진행되고 있는 외교협상을 설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와 함께 러시아와 이란 사이 전략적 협력강화 의지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과 러시아 관계는 최고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며 "러시아와 같은 동맹이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하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