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주우정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구성은 두 차례 바뀌었다. 1년에 한 번 이사회가 교체된 것이다. 그간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구성이 최소 2년간 유지됐던 것에 비하면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주 사장 체제에서 변화를 거쳐 현대엔지니어링 사내이사에는 처음으로 안전 책임자와 주 사장을 포함한 재무 전문가 두 명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동안 지난해 중대재해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안전 역량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 확보에도 공을 들이려는 행보로 읽힌다.
27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올 초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사내이사 3인 가운데 포함시킨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손명건 플랜트사업본부장이 1년 만에 교체되고 그 자리를 민병원 CSO가 채웠다.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변화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실적에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 4월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최근까지 10여 년간 보여준 사내이사 구성 가운데 가장 큰 변화다. 지금껏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사업 전문가를 사내이사 구성에서 빼놓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재무, 건축 부문의 사내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특히 플랜트는 합병 이전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의 근간이 되는 사업 분야로,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항상 플랜트사업본부장 출신이 선임되는 흐름이 전통처럼 굳어져오기도 했다.
지난해 주 사장이 주목받은 것도, 그가 사상 첫 '비플랜트 출신' 대표이사로서 현대엔지니어링 전통을 깬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손 본부장도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플랜트 출신이 사내이사에 꼭 포함된다는 암묵적 룰은 사실상 깨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 룰을 깬 것은 중대재해 여파다. 주 사장은 지난해 취임 100일 만에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를 맞닥뜨렸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택 시공 현장의 사망사고도 잇따랐다. 주 사장은 수주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고, 현재까지 수주 재개 일정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영업정지 리스크도 남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서는 '안전 경영'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사회에서 플랜트 전문가를 빼고 안전 전문가를 넣은 것은 이에 대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대답인 셈이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이사회가 단순히 '안전'에만 방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의 또 다른 방점은 '재무'에 찍혀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이사회는 기아 CFO 출신 주 사장, 박희동 재경본부장(CFO), 민 CSO의 3인 체제다. 민 CSO를 제외한 두 명이 '재무 전문가'다. 주 사장이 취임 초부터 힘썼던 원가율 관리 등의 재무 중심 전략을 올해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비춘 것이다.
플랜트 부문 사내이사가 빠지면서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경영 전략은 재무 안정성 강화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 사장이 취임 초부터 힘썼던 원가율 관리 등의 재무 중심 전략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부채비율과 원가율이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4년 241.3%였던 부채비율은 2025년 219.7%로 21.6%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2023년 부채비율 108.0%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원가율도 93.4%를 기록해 2024년 105.4%에서 11.9%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10대 건설사 평균 매출 원가율 91.9% 기분에서는 높은 축에 속한다. 중대재해 리스크 여파를 다스리는 작업뿐 아니라 악화된 재무 안정성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주 재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안전 경영을 강화하고 사업의 기본기를 보다 확실히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