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사형 집행 방법으로 총살형을 허용하고 연방 사형 사건에서 약물 주사형 사용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전용기에 탑승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AI로 생성한 올가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4일(현지시각) 중대 연방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 방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연방 사형제도 복원·강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존의 독극물 주사 방식에 더해 총살형, 전기의자형, 가스 질식형을 대안적 집행 수단으로 추가하는 방안이 해당 보고서의 핵심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17년 만에 연방 사형제도를 사실상 부활시켰고, 임기 종료 직전까지 1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후 집권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연방 차원의 사형 집행을 유예하고, 임기 말에는 사형 선고를 받은 연방 수감자 40명 중 37명에 대해 감형 조치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세계 각국 중 사형제도가 아직 남아있는 나라는 앞서 언급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실질적 폐지국'으로 28개국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같은 법률상으로 남아 있는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형법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지막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김영상 정부 말기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였다. 이후 사형은 28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제도는 존치돼 있으나 집행은 이뤄지지 않는 '사실상 폐지' 상태가 이어지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정책 방향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일단 국민 여론이 자리한다. 민주화 이후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지만, 여전히 존치 여론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유지 의견은 2005년 64.8%, 2012년 79%, 2015년 63%, 2018년 69%, 2022년 69%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동 유괴나 이상동기 범죄 등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에 따라 사형제도를 실제로 집행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은 2007년부터 국제앰네스티가 분류한 ‘실질적 사형 폐지국’에 해당하는데, 이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에 부여되는 지위로, ‘완전 폐지국’ 다음 단계다. 만약 사형 집행을 재개할 경우, 이 지위를 잃는 것은 물론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판과 외교적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11년 EU와의 협정을 통해 ‘유럽 범죄인의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만큼, 이를 위반할 경우 범죄인 인도 거부 등 국제 공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인권 지표 하락이나 국제 행사 참여 제한 등 간접적 불이익 또한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상황 속 사형의 집행과 폐지를 둘러싼 이견은 법적 쟁점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각각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관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폐지론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을 근거로 사형이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판 가능성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들어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존치론은 헌법 제12조와 제37조 2항을 근거로 형벌은 법률로 정할 수 있으며,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화가 불가능한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회로부터의 영구적 격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종신형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가석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사형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경우 복역 20년 후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에 사형을 대체하기 위해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